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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Apr 27. 2021

단속사회(엄기호, 2014)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니 조금 거짓말을 보태면 수백  이상씩 핸드폰 림이 울린다. 기본적인 문자 알림도 있지만, 나의 경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서비스에서 보내주는  대부분을 차지한다. 친구가 좋아요를 눌렀고, 친구가  글을 올렸고,  프로필의 조회가 올라가고 있고,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고... 등등. 거기에 더해 업무용으로 쓰고 있는 텔레그램의 알림까지 더해지면 나는 온전히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 카톡 림은 끄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수많은  무엇인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줬지만, 하루를 살아 내고   밤이 되면 헛헛하다.


연결 과잉이 만들어  일상이다. 쉬운 연결은 어렵지 않게 단절도 가능하게 한다. 보기 싫은 사람의 글은 팔로우 취소를 통해  타임라인에서 사라지게   있다. 그리고 쓰윽 친구를 끊어도 된다. 구체적인 어떤 것을 노력해서 만들어 내야 하는 ‘관계’는 결핍된다. 연결 과잉과 관계 결핍은 네트워크 사회의  다른 단면이다.


목적 지향적 연결, 취향 적격형 연결, 비슷한 정치 지향적 연결, 학연과 지연에 기반한 연결 연결은 점점 '동일성' 기반으로 수렴된다. 콘텐츠 또한 놀라운 알고리즘의 기술을 통해 비슷한 내용을 동일 반복해서 보게 된다. 다름이나 차이가 끼어  틈이 없다. '  없이 접속하지만 끊임없이 차단되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는 '단속사회'(엄기호, 2014, 창비)라는 책이 있다. 벌써 7 이상이  책이지만, 오히려 저자가 정의한 단속(斷續) 사회는 극복되지 못하고  강화되고 있는  같다.

연결 과잉이 오히려 다름과 차이가 끼어 들 자리를 없애고, '곁'의 언어는 사라지고 '편'만 남는 사회가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글을 쓰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이 '곁'이라고 한다. '곁'은 말하는 자리라기보다는 듣는 자리에 가깝다고 했다. '곁'을 내어 주는 것은 시간을 내어주고, 귀를 열어 주는 것이다.

들을 ()’이라는 한자가 있다. 들을 청을 구성하는 부수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정말 멋진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말하기 좋아진 세상에서 듣는 능력은  다른 경쟁력이   같다. '' 주고 '듣는' 것은 정말 적극적인 ‘ 걸기 가깝다.   없이 연결되지만 끊임없이 차단하는 단속사회의 해법임은 분명하다. 모든 해법이 쉽지 않아서 문제지만...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쉽게 차단하지 못한다. 외면하지 못한다. 특히 사회적 배제와 차별 속에 살고 있는 약자에게는 더욱 '곁'이 필요하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면 좋겠는데, 참 쉽지 않다.


 브런치 글도 발행되면,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는 림이   같고, 림을 설정한 분들연결을 넘어 관계로 이어질  있을지.... 헛헛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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