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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Apr 28. 2021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강상중, 2017)

자기(自己) 내 대화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안타까운 순간이 있다. 거의 매일 반복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을 마치고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인 집으로 돌아와서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시간을 즐긴다. 책에 푹 빠지거나,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하거나, 게임을 즐기거나, 기타 연습을 하거나, 만년필 청소에 몰두하거나 등등....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몰입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몰입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내일 해야 할 일들이 나를 몰입에서 꺼내서 현실로 돌려보낸다. 현실적 각성은 '이제 그만하고 자야지'로 이어진다.


하나 마나한 이야기지만,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루  일에 쓰는 시간을 단순히 계산해 보아도 엄청나게 많다. 예전에 과음을 하게 되면 ‘내가 술을 마신 건지, 술이 나를 마신 건지 모르겠다 우스소리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일도 과하게 되면 ‘내가 일을 하는 건지, 일이 나를 부리는 건지모르는 상황이 연출된다.


나를 지키일하는 ’(강상중, 2017, 창비)이라는 책이 있다. 일의 세계를 철학적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재일교포 교수인 저자가 NHN TV 프로그램 <직업 특강>에서 ‘인생철학으로서의 직업론이란 제목으로 나누었던 이야기를 수정, 보완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나를 지키면서 일하는 방법’으로 ‘일의 의미를 생각해 볼 것’, ‘다양한 시점을 가질 것’, ‘인문학을 배울 것’ 이렇게 3가지를 제시한다. 머리를 흔드는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현실에서 당장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천방법도 꽤 많이 제시되어 있다.

일의 현장에서 ‘나다움’을 견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성장과 효율, 경쟁이 지배하고 있는 일의 자리에서 더욱 그렇다. 일의 중압감이 나를 해치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처방도 제시하는데 아주 많이 공감된다.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백 퍼센트 맡기지 말라는 것!


하나의 일에 전부를 걸면 스스로를 궁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생을 걸었다 결기가 결국은 ‘나다움 지키지 못하게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비영리 부분에서 ‘인생을 많은 활동가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이만큼 세상이 좋아졌지만, 그분들의 삶은 결코 가볍지 않을  같다. 나도  대기업을 퇴사하고 새롭게 설립되는 재단에 입사해서 창립멤버로 일한 적이 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고, 시간의 거의 전부를 바쳤다. 일과 나는 동일시되었고, 나의 전부가 되었다. 일에 대한 간섭과 조언, 평가는  나의 것이 되었다. 좋을 때는 정말 좋았는데, 힘든 상황이 찾아오면 견딜  없는 중압감이 찾아왔다. 결국 나는 퇴사를 하고 말았다.

책 읽기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도 참 좋았다. 독서는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의사(意思) 체험을 즐기며, 자기 내 대화를 촉진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보로서의 책 읽기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의식적인 사색 활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드는 사회에 산다는 것이 왠지 서글퍼지는 책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지만) '일의 의미를 물어보고, 다양한 시점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인문정신을 놓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 주는 책인 것 같아서 한편으론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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