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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y 02. 2021

게으를 수 있는 권리(폴 라파르그, 2015)

노동자들이여! 기이한 환몽에서 깨어나라!!

‘우리는 시간 가난을 겪고 있다’. 2019년 1월 1일자 경향신문을 보다가 '시간 가난'이라는 말을 접하고 한동안 멍해졌다.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2015, 중앙북스)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인터뷰 내용은 강렬했다.


‘현대 경제가 만든 또 하나의 개념이 시간입니다. 우리는 전에 없던 시간 가난을 겪어요. 일하고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 때문입니다. 이 압박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자발적으로 삭제하게 만듭니다. 요리할 시간, 쉴 시간, 얼굴 보며 맺어나갈 관계들을 차단하죠.’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12312149005#csidx9b0d62bfe9072c59477af8e0ff5a739


왜 우리는 '시간 가난'을 겪고, 시간을 스스로 자발적으로 삭제해 버리는가?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칼 마르크스의 사위로 알려진 폴 라파르그의 '게으를 수 있는 권리 : 현대의 자발적 노예들과 고결한 미개인들에게 고함'(폴 라파르그, 2015, 새물결)이라는 책에서 해답을 한번 찾아보면 좋겠다.


이 책의 시작은 매우 강렬하다. 우리가 믿는 노동의 신성함을 여지없이 박살 낸다.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노동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열정 따위의 환몽에서 깨어나라고 외친다.

노동에 대한 신성함과 근면, 성실함에 대한 과도한 칭송은 우리의 모든 시간을 일의 시간으로 만들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한국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아직도 OECD 국가와 비교해 보면 매우 길다. 2004년 주 5일제가 시행되고, 2018년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그나마 줄긴 했지만 여전히 길다. 2019년 OECD 국가 간 비교를 보면 한국은 연간 노동시간이 1,967시간으로 멕시코(2,137시간), 코스타리카(2,060시간)에 이어 37개국 중 3위를 차지했다. 어떤 행태로든 노동시간을 줄이는 여러 시도가 있어야 한다.


이 책에는 폴 라파르그의 글 외에 덧 불이는 글이 있다. 프레드 톰슨이 쓴 '폴 라파르그, 일과 여가'라는 글에 게을러 얻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혹은 우리에게 일의 시간 말고 어떤 시간이 필요한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참 좋다! 천천히 시간을 내어 우리에게 어떤 시간이 필요한지 의미해 보시길!!

내 직장 동료 한 명의 카톡 상태 표시는 이렇게 되어 있다. '최선을 다해 대충 살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대충 살기도 어려운 형편이니 참 아이러니하다. 책 첫 부분에도 이와 비슷한 글이 있다.

'모든 일에 게을리 하세. 사랑하고 한잔하는 일만 빼고, 그리고 한껏 게으름 피우는 일만 빼고'


어제가 노동절이었다. 노동의 의미와 권리당연히 주장해야겠지만, 거기에 덧붙여 오히려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게으를  있는 권리' 추가하면 노동해방에  가까워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다음 주도 일정이 빼곡하다. 읽으면 뭐하나… ‘현대의 자발적 노예들과 고결한 미개인들’이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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