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시칠분 Jun 03. 2024

ep 1. 대기업 5년차에 비로소, 퇴사할 결심

달콤한 월급을 포기하겠습니다.

어느덧 (이별을 앞둔) 회사를 다닌 지 5년 차가 되었다.


'퇴사하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그동안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했다. 사실 대기업 타이틀과 마땅히 퇴사를 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름대로 일하는 재미를 느꼈던 곳이기도 하고, '정시 퇴근'이 가능한 점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나랑 잘 맞다고 생각해 왔다. 3번째 회사지만 내가 잘 견딜 수 있는(?) 회사의 조건과 부합했다. 소위 말하는 빌런도 없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도 잔잔했다.



"왜 갑자기 퇴사를 하려고 하는 거예요?"

"이직하시는 거죠?"

_


이별은 누군가에겐 늘 갑작스러운가 보다.

(나는 2년을 넘게 고민해 왔는데..)


사실, 1년을 넘게 회사일과 부업을 병행해 왔다.


정시 퇴근이 가능한 회사이기에 부업을 하기에 어렵지 않은 환경이었고 무엇보다 회사 월급만으로는 생활+저축까지 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이 회사는 연봉 인상이 거의 없거나 흔히 말하는 매월 치킨 한 마리 값이 오르는 수준이었고 연봉을 올리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승진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승진+연봉 인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1년을 넘게 저녁과 주말에는 부업을 병행해 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통장의 저축액은 늘어갔지만 건강이 점점 악화되고 있음을 느꼈다. 일하는 도중에 귀가 먹먹해지면서 잘 안 들린다거나 감기, 몸살에 잘 걸린다거나 갑작스러운 두통에 시달린다거나. (타고난 일개미는 꼭 주말에 아프더라..)  


건강 악화 신호가 점점 찾아온 것이다.



우주가 이끄는 퇴사의 기운?

미뤄왔던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_

 

이렇게 몸이 망가져가는 와중에도 회사를 아예 놓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놓지 못했다. 몸이 아플 때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부업이 본업이 되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두려웠다. 무엇보다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의 노예가 이미 돼버린 느낌이랄까? 통장이 텅장이 될 것만 같았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 사업자가 되었을 때 내가 끈기 있게 이 일을 이어갈 수 있을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다시 회사에 돌아갈 수나 있을까? 결혼은? 등등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믿고 따르던 팀장님이 퇴사를 했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강했고 일에 대한 열정도 많으셨기에 더욱이 충격이 깊었다. 누군가에게는 팀장님의 퇴사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은근한 타격감을 주었다. 길을 잃은 느낌이랄까?


우주의 기운이 퇴사로 이끄는 건지 4년을 넘게 다니면서 느끼지 못했던 동료와의 불편한 경쟁, 새로운 팀장님의 새로운 업무 방식, 주변 동료들의 퇴사 등 모든 게 나를 퇴사로 이끄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그렇게 나는 퇴근을 10분 앞둔 시각에 갑자기 퇴사를 결심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 라는 게 생겨버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