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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시칠분 Jun 03. 2024

ep 2. 퇴사하기 하루 전 입니다만

떠날 준비를 하는 자와 새롭게 입사하는 자

퇴사 의사를 밝힌 지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내일 나는 퇴사를 한다.


퇴사를 내뱉은 순간부터 한 달간의 인수인계 기간이 참 길게 느껴졌는데, 인수인계도 순조롭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남은 건 짐 정리와 그동안 함께 했던 동료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것.


주말 동안 퇴사 일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이상했다. '정말 떠나는구나' 하는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다가도 '얼른 퇴사하고 내 새로운 생활을 찾아가고 싶다'는 설레는 마음의 공존.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함께 했던 동료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미우나 고우나 가족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은 공간에 머물렀던 이들이기에 동생과 함께 선물을 사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그리고 직장인들의 당을 채워줄 초콜릿과 과자를 잔뜩 사 왔다. 물론 포장지도 함께


막상 포장을 시작하려고 하니 어디까지 이 선물을 전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메모장에 팀원들과 업무 연관자를 적어 내려갔다. 20명이 훌쩍 넘는 인원. 포장을 하고 보니 터질 것 같은 쇼핑백.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새벽같이 터질듯한 쇼핑백을 안고 출근을 했다. 퇴사를 코앞에 두었지만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건 힘들다.



신입이 들어왔습니다.

신기하게도 오늘 하필 회사에 신입 사원들이 들어오는 날인가 보다. 나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려 하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신입사원들이 인사를 하고 돌아다니다니. 오전부터 준비한 선물과 함께 퇴사 인사를 전하려 했던 나의 계획은 오후로 잠시 미뤄졌다.


기분이 이상하다. 나도 저렇게 신입사원 시절이 있었는데. 회사를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무언가 이룬 것 같고 자신감이 생겼던 시절. 우당탕탕 업무를 배우면서 혼나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하고 당근과 채찍을 받던 나..!!


그 시절의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도 많고 회사에 대한 관심도 참 많았던 것 같다. 마치 회사가 전부인 것처럼. 지금의 30대가 된 나의 모습은 혼자가 편할 때가 많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도 크게 관심이 가질 않는다. 신기할 따름이다. 심지어 회사가 나의 3-4순위 정도쯤? 되는 것 같다. 회사가 내 삶의 전부는 아니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내 생활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나이 먹나..?



대리님, 퇴사 앞두니 어때요?

언제까지 나오신다고 했죠?


지나가다 마주치는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넬 때마다 묻는 말이다. 뭔가 단순한 질문인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퇴사를 했을 때에는 이직을 하고 그만뒀기에 대답이 명확했다. "2주 쉬고 출근해요!" 하지만 지금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이게 된 달까? "부업이 본업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지금의 내 마음은 치열하게 본업과 부업을 1년 넘게 해 왔기에 '쉼이 필요하다'는 마음과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그런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조금 쉬어가도 돼. 네가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 못했던 것들을 즐겨봐'라고 해주고 싶다.


그동안 고생했어, 나 자신 :D



p.s 점심 이후부터 한분 한분께 선물을 건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럴 땐 MBTI 'F'가 맞는 것 같다. 그동안 참 좋은 사람들과 일했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다. 역시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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