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니지만 영향을 주는 순간의 선택

갈팡질팡 하니까 사람인가?

by 브라키오사우루스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다가와 “안아줘어”라고 말합니다. 이때 준비를 멈추고 아이를 안아줄지, 아니면 빨리 준비를 끝내는 게 나을지 고민이 됩니다. 준비를 빨리 마치고 남은 시간에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지만, 아이가 내게 다가온 순간에는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별것 아니지만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선택의 순간입니다.


아이는 “안아달라”고 하면 부모가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을 안아준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쁜 부모 입장에서도 안아주는 일은 남는 장사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줬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부모의 주의를 끌기 위해 안아달라고 할 때입니다. 잘해줘야지 생각하면서도, 시간이 촉박할 때는 마음 한켠에서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사실, 이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늦게 일어난 저의 잘못, 미리 준비하지 못한 제 탓인데도 말이죠.


회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 와서 한가한 소리를 시작할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시작된,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들으면서 이 말을 끊을지, 계속 들어줄지 고민이 됩니다. 만약 엄마가 이런 식으로 저에게 말을 했다면, 열 번이면 열 번 다 중간에 끊어버렸을 텐데, 이성의 힘을 모아 일단 들어봅니다.


집과 회사는 분명 다릅니다. 부모와 팀장의 역할도 같지 않습니다. 우리의 관계는 이미 MZ세대처럼 변했는데, 팀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과거에 있습니다: 선후배 관계도 비슷합니다.


사실 이런 말들을 계속 들어주는 게 맞는지, 아니면 끊어야 하는지 답을 잘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푸념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기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 기준을 넘어서는, 정말 아닌 것 같은 일들이 벌어질 때 고민이 시작됩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죠.


머릿속에서는 계속 ‘아니다’라는 판단이 내려집니다. 판단을 내리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직관적으로 내린 판단이 맞는 경우도 많죠. ‘아닌 것’에 “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맞는 것’에 “해보자”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 저변에는 내 생각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이왕이면 잘 지내고 싶다는 욕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피드백을 주는 것이 맞을까요? 내년에도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요?


우리가 여럿이 모여 다 같이 밥을 먹어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계산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 숟가락을 놓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 같은 사람 말이죠. 저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업무도 로봇처럼 빠르고 예상가능하게 척척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비슷한 경우에도 어떨때는 그렇다고 하고 어떨때는 고개를 젓습니다. 멈춰있지 않다는 것, 고민한다는 것이 때로 반갑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민의 끝에 답이 있었으면 싶은, 정답을 끝내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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