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than Aug 25. 2015

모두 같은 소용돌이 안에서

저마다의 같지 않은 불행.




오늘은 어떤 연상작용에 의해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약 4년 전, 집에서 나가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 순간 어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께서 나를 잡아 세우셨다. 수수한 한복을 입고 계셨다.


아들한테 문자를 보내야하는데 어떻게 보내는거냐고, 좀 보내달라고 부탁하시며 내용을 적은 쪽지를 보여주셨다.

「OO야. 너의 잘못아니다 소식을 듣고싶다 돈붙여(*부쳐)줄테니 연락만이라도 해다오 보고십구나 전화받아」  


글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의 서툰 문장이었던 것이 기억난다. 내가 못 알아보는 글자는 다시 쭈어  가며 입력해서 보내드렸다. 경비실 앞 의자에 앉아 젊은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 같다.


이 기억 덩달아 다른 기억도 떠올랐다. 지하철에서 문쪽에 기대  에 자리에 앉아계신 아저씨가 적고 계신 문자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너의 잘못 아니다. 다 내잘못이다 내가 부족했구나 하지만 먼저 이야기하고 싶으니 꼭 연락다오 xx야」


비슷하다. 어디에나 같은 사람들의 비슷한 사연이 있다. 그러나 비슷할지언정 같지는 않다. 저마다의 그것이 있다.



오늘 내게 이런 일을 떠올리게 한 것도, 나, 또는 누군가가 겪은 것과 비슷하지만 결코 같지는 않은 누군가의 현재 진행형 소용돌이였다. 응원한다. 너도 너라는 존재로 빛나도록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


작가의 이전글 남을 위한 상수가 아닌 나를 위한 변수이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