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을 가로지르는 횡단열차 안, 책 한 권과 친구들, 창밖 해 질 녘 무지개
뉴욕 거리 한복판에서 흥에 취해 부르는 empire state of mind, 웃으며 바라보는 흑인 언니
꼬깃꼬깃 꾸역꾸역 적어 내려갔지만 진심을 전하는데 서툴렀던 첫 편지
쫑알거리는 꼬꼬마 동생 손 잡고 집으로 걸어갔던 길
틈만 나면 돌렸던 줄넘기와 열심히 흔들었던 팔다리 읊조렸던 always awake
주머니에서 불현듯 튀어나왔던 노란 포스트잇 속 기하학
시원한 밤공기 맥주 한 캔 한강에서 듣는 walking the wire
매서운 바람에 벌벌 떨면서도 결국 찍은 인증샷과 홀로 미룬 시험
해질 무렵 갈대밭 사이 서로를 마주 보며 웃는, 그토록 예뻤던 가을
지독하게 싸우고서는 사랑을 고백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쏟아지는 별똥별 아래, 실은 한 곳 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시선
작렬하는 태양, 바닷속 물고기, 자유로움
고이 주워 간직한 빨간 단풍잎, 멈추지 않던 눈물
밤, 술, 단 둘. 굽히지 않는 신념에 포함되는 모든 요소와 캠퍼스 운동장
숨 막히는 엘리베이터 안 헛웃음과 세탁실에서의 사랑싸움
파도 위, 수면 아래를 오가며 나의 세상을 넓힌 뜨겁고도 시원한 여름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유의 조각이 되었던 푸르른 길
운명론을 믿을 뻔 한 우연의 연속과 돌아가는 LP판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지치지 않고 올라가 있는 입꼬리
진동하는 땀냄새와 시퍼런 멍의 향연, 성취의 쾌락
노란 조명, 브릿팝, 푹신한 침대 위, 맥주 한 캔에 낭만을 써 내려가는 지금.
결국 파도는 흩어져 물거품만을 남기겠지만,
그렇게 영원히 밀려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