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아래 모퉁이
그곳을 마주 선 나는 망설인다.
넘어서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텐데
허나 아직 소화 못한 활자들이,
금세 지나쳐버린 이야기들이
나를 붙잡는다.
어떤 책은 한번 읽고 나면
결코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그 모든 순간을 잘- 조망하고픈 사람인데,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나를 영영 놓치고 다른 내가 될까 봐,
그게 두려웠구나.
들여다보고, 쓴다.
훗날 쓰일 활자는 다른 사람의 것이겠지.
그냥 이렇게 발자취를 남기련다.
모퉁이를 넘어선 순간은
나만 알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