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놓기로 했다.

지금이 미래에게.

by 솔담

남겨놓기로 했다.


꽃을 가꾸고 잡초를 뽑으며 미소 짓는 일을.

툭 털고 일어나

내가 이끄는 대로

우산 속에서 두리번거리며 걷기,

태양에 눈 찌푸리며 나무 그늘 찾기,

펑펑 내리는 눈 맞으며 발자국 남기기.


우산이 없으면 없는 대로

모자가 없으면 없는 대로

툭 털고 일어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


남겨놓기로 했다.


지금은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라는 이름 아래 책임을 다하고 있으니

아껴두기로 했다.


파도치는 밤바다를 보며

달콤한 믹스커피 한잔을 손에 쥐고

미소 짓는 일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낯선 동넷길 산책하는 것도

길 가다 만난 낮게 핀 들꽃을 보느라 쪼그려 앉는 것도


남겨두기로 했다. 지금을.


미래를 위해

자유로워질 그때를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지금은 출퇴근길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만으로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