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했던 두해 전 여름.
날씨만큼이나 지쳐있던 그때 무작정 쓰고 싶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그냥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읽기만 했던 내가 글을 쓰니 영 어설펐지만 그냥 썼다. 문법도 모르고 어떻게 써야 읽는 사람이 계속 읽고 싶어 질까? 하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그냥 글쓰기를 시작했다. 매일 쓰던 그때의 습관은 어느새인가 사라져 버렸고 지금은 드라마 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아이쇼핑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옆길로 새기 시작하자 다시 글 쓰는 게 버거워졌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던 오늘 새벽에 그냥 노트북을 덮어 버렸다.
그 무거운 마음 때문이었는지 점심 먹은 게 소화가 되지 않아 물만 벌컥벌컥 마셨다. 목이 부었는지 침도 잘 삼켜지지 않는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은 이유는 몸이 안 좋아서 그랬던 거야...... 괜히 위로를 해본다.
스티브 킹이 내준 숙제를 늦은 저녁을 먹은 식탁에서 하기 시작했다. 시작했으니 마무리하고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딕은 제인의 품에서 빠져나오는 게 두려웠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마음을 제인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인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짓는 딕과는 반대로 제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아뿔싸! 후회했지만 늦어버렸다.
"왜 나를 비웃는 거지?" 딕을 밀쳐내며 제인이 내뱉은 말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제인이 두려워진 딕은 말을 더듬었다.
"비웃기는? 당신품에 있어서 행복한 내 마음을 표현한 것뿐이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제인은 딕의 뺨을 갈겼다.
딕은 슬픔도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빨리 제인과의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아이들, 아이들이 걸리지만 폭력을 일삼는 엄마와 격리되는 게 차라리 낫다는 판단이 섰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알지?"
제인은 붉어진 딕의 뺨을 감싸며 눈물을 흘렸다. 사랑해서 때린다는 제인의 말을 믿으며 몇 번이고 반복했던 지난날이 후회가 되었다.
딕은 잠든 아이들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을 아이들 생각에 머뭇거렸지만 1.1.2. 버튼을 눌렀다. 어느 날 옆집에 새로 이사 온 마리아가 문을 두드렸다. 방금 제인이 외출하는 것을 봤다면서 조심스럽게 꺼낸말을 믿기 어려웠다.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제인이 혹시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였다. 딕은 그럴 리 없다고 잘못 들었다고 웃으며 마리아를 돌려보냈다. 몸살 기운으로 일찍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했다.
아이들의 표정은 공포로 물들어 있었고 먹다 남은 시리얼은 바닥에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딕을 보자 아이들은 달려와 안겼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제인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해서 혼내준 것뿐이라고 했다. 제인은 그 날 이후로 딕이 있는 시간에도 물건을 던지고 소리치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약속을 몇 번이고 번복했지만 돌이킬 수 없음을 제인도 알고 있었다.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제인은 경찰들에게 끌려나가다시피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딕! 두고 봐. 내 사랑을 뿌리친 당신은 곧 후회하게 될 거야." 제인의 목소리를 빗소리에 묻혀버렸고 주위는 곧 정적으로 휩싸였다. 아이들과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지만 당분간은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휴가를 신청하는 메일을 소피아에게 보냈다.
다음날 아침 소피아에게 전화가 왔지만 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소피아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일 테고 지금은 그런 소피아의 마음에 장단을 맞추는 게 귀찮았다. 아이들도 나도 휴식이 필요했다. 늦잠을 자고 아이들과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만화영화를 함께 보았다. 엄마 어디 갔는지 묻는 아이들에게 여행을 갔다고 둘러댔다. 머리는 계속 복잡했지만 오랜만에 마음의 안정을 느껴서인지 딕은 잠이 들어버렸다. 아이들의 소곤대는 소리에 눈을 뜬 딕은........
스티븐 킹의 요구대로 스릴러물이 될지는 모르지만 생리적인 현상(졸려서...ㅎㅎ)으로 이만 줄입니다.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
-[유혹하는 글쓰기]334p-
글을 쓰면서 많이 행복해진 나 자신을 향해 스티븐 킹이 하는 말 같습니다. 더불어 마음이 많이 풍요로워졌기에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도 날카로움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20년11월16일 1번 국도평상시보다 일찍 출근했던 월요일 일곱 번째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가을을 말하는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풍성한 일곱 번째 나무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새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었기에 오래도록 푸르름을 간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곱 번째 나무를 닮고 싶습니다.
그림도 그리고,낙서도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