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아! 최후의 만찬 준비해줘."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후의 만찬]을 읽고서

by 솔담


모두는 과거의 시간과 직면하거나 조우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사옵니다. 이유는 단순하옵니다. 과거의 인물은 현재 시간대에서의 과거 관측자인 동시에 과거 시간대에서의 미래 예측 자일 수밖에 없사옵니다. 232p

어제의 대통령이 오늘은 우리네 삶을 어렵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어 법의 심판대에 서기도 한다. 아니라고 잡아떼도 그때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자들이 하나 둘 입을 열며 고개를 숙인다. 아, 믿었는데 까였다. 뒤주에 갇혀 죽어가는 아비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숨겨야 했던 정조는 아버지를 위해 화성을 세우고 정치독점을 막기 위한 정치를 펼쳤다. 아들을 죽여야만 했던 영조는 미래를 내다본 것일까?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독 광고 의혹'으로 국민들이 불매운동을 벌였던 유니클로의 운영사는 여가부에서'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을 해주어 220개의 인센티브를 받게 되었단다. 불매운동을 한 국민은? 우리는 동시대를 살면서 국민의 마음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안 되겠다. 이탈리아로 건너가야지. 아무리 왕이 나를 인정해 준다한들 천민이라고 탁구공 치듯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람들 틈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

"자네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인가? 나는 조선에서 온 장영실이라고 하네. 반갑구먼. 요즘 핫한 예뽀(예능 뽀시래기) 김선호와 동거하며 '영실아!'하고 부르기만 하면 척하고 대답해주기도 한다네.(드라마 스타트업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 떡하니 자리 잡고 나타난 장영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신분이 사라진 자리에서 모두가 평등한 삶을 누리길 원했다. 장영실이 바란 세상은 과학이 목적이 아닌 모두가 동등하게 살아가는 고른 혜택의 땅이었다. 192p

수저도 금, 은으로 나뉘고 하다못해 흙수저에 도금이라도 할라치면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라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청춘들은 정말로 아프다. SKY를 가면 하늘을 날 수 있는 미래가 그려질 것 같지만 취직의 문 앞에 턱턱 막히고 만다. 짜인 틀 안에서 대학입시만을 향해 달려온 이들에게 창의성과 인성은 특별 과외를 받아도 얻어지지 않는 하늘의 별이다.



장영실은 세상 가운데 사람이 가장 먼저였다. 192p

현 정부를 생각하면서 쓴 글일까? 사람이 먼저라는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사람들은 살맛을 잃어간다. 80년대 최루탄 가스를 맡으며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지금의 꼰대가 되어 '라떼'를 외치고 있다. 몰래 숨어 무언가를 도모하기에 현실은 너무 팍팍하다. 내가 해보았기에 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것도 있지만 내가 못했기에 바라는 것이 더 많아지기도 하는 '삶'이라는 이름은 참 아이러니하다.



삶이란 숨 쉬고 사는 게 다가 아니며 세상에 흩어진 향기를 맡고, 향기 나는 곳을 바라보고, 찾아가 먹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세상 이야기도 듣고, 서로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향기가 사라지면 삶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287p

인공향을 곁에 두면 후각으로 느껴지던 그 향은 차차 익숙해져서 당연한 향으로 기억되어 새로움이 사라지고 만다. 향초를 피울 때 나는 연기는 필터를 까맣게 만든다고 한다. 인체에 해로운 그 연기는 좋은 향을 내기 위해 내야 할 수업료일까? 나만의 향기를 감추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는 평등하지 않다. 서로 쓰다듬고 어루만지기에 약육강식이 팽배한 이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서로의 향기에 취해 지낼 시간이 있는 걸까?



시간은 모두에게 사소하게 보여도 그 중함을 장영실은 알았을 것이다. 장영실에게 시간은 일용할 쌀보다 고귀했을 것이고, 몸을 덮을 옷보다 훈훈했을 것이다. 발을 감싼 짚신보다 소중했을 것이고, 밤마다 떠오르는 별보다 진실했을 것이다. 시간은...... 195p

장영실을 통해 과거를 통해 만들어진 현재라는 시간에 만족하는 사람이 없고 변화를 꿈꾸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모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걸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세상은 누군가의 아픔으로 얻어진 것을 상기하자는 걸까?


약용이 바라본 도향이는 그야말로 향기 맛집이었다. 한 사람에게도 시시각각 변화되는 향기는 사람의 마음도 수시로 변할 수 있고,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히 돌아설 수 있는 미련 없는 삶이야 말로 평온한 삶의 한 장이 될 것 같았다. 임금이 틈날 때마다 꺼내는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한 아버지는 우리가 부모에게서 받은 기쁨이요 슬픔이요 아픔이었다.


홀씨의 근본을 버리고 수풀의 근성으로 살아주기를 바랐다. 421p

실밥 같은 기억을 이어 붙이느라 찔리고 아파하는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음을 우리는 나이 들면서 알아가게 된다.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는 변화는 없다. 치유는 나의 몫이다. 나는 오늘도 최후의 만찬을 즐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초록색 글은 온수리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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