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이라는 무게는 어떨까?
가족 모두가 나 하나만의 성공을 바라보고 있다. 잠시 옆을 돌아보려고 하면 검게 그을린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연애도 하고 싶고 세상도 궁금하다. 이번 학기는 글렀다. 휴학하고 막노동에 헌혈로 등록금 마련하려 했는데 어질어질 별이 보인다. 눈떠보니 병원이다. 이런 열여덟!
구로공단에 가면 공부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편지를 받았다. 에라 모르겠다. 편지를 써놓고 서울로 올라왔지만 놀란 토끼눈처럼 진짜로 올 줄 몰랐다는 듯한 표정의 친구를 보자마자 낌새를 차렸다. 다시 돌아가기는 싫고 대학 다니고 있는 오빠라도 찾아봐야겠다. 소 팔아 올려 보낸 돈은 어쩌고 하숙비가 밀려있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수돗가에 쓰러진 오빠 데리고 병원에 왔다.
형님이 월남전에 가서 전사했으니 이제부터 내가 장남이다. 고향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어찌할까요? 누나 둘이 연탄가스를 마셨는데 고압산소통은 하나라고 합니다. 누구 먼저 치료해야 할까요. 사라진 동생의 아들 키우며 기저귀 가는 법 익혔으니 여기저기 처벌 처벌하는 치료 늦은 작은 누나 걱정일랑 하덜덜 마셔요. 동생들 학비 걱정도 마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친구들한테 삥 뜯기고 빵셔틀에 틈나는 대로 맞고 지내는 거 대나무밭에라도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고 싶다. 만만한 게 나를 키워주는 큰아버지와 큰엄마다. 던지고 소리 지르는 찰나의 순간 고요 속에 외침을 어느 누가 알기나 할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쓴 종이를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고 뛰어내렸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병원에 와있다. 망나니 같은 나를 키워 준 큰엄마에게 신장을 나눠주고 끈끈한 가족으로 다시 뭉쳤다.
'아야! 왜 때려? 야 인마, 가만히 있는 사람은 왜 때리냐?'
'어? 내가 보이냐? 나 투명인간인데?'
'너도 투명인간이냐? 나도 투명인간인데?'
'투명이간이 널렸네, 널렸어. 개나 소나 투명인간이 되니 난 이제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나'
-여니 생각-
가족이라도 늘 눈으로 보이는 거리에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 거라는 느낌은 있고 느낌이 잘 맞는다. 살아 있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도 서로를 안다. 362p
그냥 느낌으로 대충 때려잡지 않고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 내재되어있는 진실을 알고 싶다. 대화가 부족해♬ 자두가 생각 난다.
사람은 보고 듣고 말하고 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믿는 대로 변하지 않는가. 361p
그렇다면 나는 지금껏 뭘 보고 뭘 듣고 뭘 말하고 뭘 먹고 마시고 생각한 걸까?
이런 된장.
니들은 다 잊었을지 모르지만 너희들이 그런 줄도 모르겠지만 난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고 영원히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귈 수가 없었다. 나는 죽어서도 꼭 복수한다. 니들 때문에 망가진 내 인생, 니들도 나같이 좆망하게 복수해준다. 졸라 열라 영원히 저주받아라, 새끼들아. 345p
찌찌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