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도 사랑할 수 있는가-e북

거짓도 사랑일 수 있다.

by 솔담

'확신'과 '의심' 사이에서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신체적 폭력만이 폭력이 아님은 이론에 불과했다.

나의 것이 그의 것이 되고, 대화의 끝말이 ‘다’에서 ‘아니’라고 답할 수 없는 명령을 품은 제안적 언어로 바뀌면서도 그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을 위해 한 시간씩 몸을 씻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 시간 뒤 이어질 불같은 사랑을 생각하면서 몸을 뜨겁게 만들다 식어버릴 그 시간이 궁금해졌다. 바스락 거리는 리넨 침대보 위에서의 사랑의 소리도 바스락거릴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다시 찾아온 세 번째 사랑이 다섯 번째 사랑이 돼버렸다. 2년간의 밀회는 어떤 소리를 품었을까? 처음으로 사랑의 소리가 궁금해졌다. 나도 애용하고 있는 너도밤나무로 만들었다는 ‘모달’이라는 소재는 포근하다. 다섯 번째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미가 행복을 이야기하는 여자로 지냈으면 한다.


지나간 사랑을 깨끗하게 지워 줄 그 무언가는 새로운 사랑일 줄 알았다.

지우개로 지워버려도 남는 연필 자국처럼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섞이는 사랑이라는 놈은 참 끈질기다. 몇 번째 사랑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번 사랑이 마지막이면 된다.


사람이 사람을 들여놓는 일은 이성보다 감성에 충실한 나에게 쉽게 다가오는 만큼 아니라고 철벽을 치고 있다. 애벌레같이 실로 꽁꽁 묶어놓은 나의 마음도 우화 해서 날개를 펼치고 나비처럼 날아오를 그럴 사랑을 기다려본다.


과거는 희미하고,

현재는 불안하고

미래는 위태롭다는 글이 생각난다.

아슬아슬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토닥토닥 여름 비가 가볍게 내리는 소리조차도 무겁게 파고드는 습한 여름이다.

거짓도 사랑일 수 있다.



옹벽 밑 그늘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얼굴을 파묻고 있듯 무겁게 지낸 토요일 오후~

e북을 읽으려다 글씨가 작아서 '눈깔이가 빠지겠다'고 했더니 원본 파일 보내주신 황정미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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