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일곱 명의 트레이너

이제는 누군가가 다가오면 피하지 않고 마주 서보려고 합니다.

by 솔담

왕비의 독백


왕비는 갓 태어난 백설공주를 품에 안고 이렇게 말했어요.

'난 너네 아빠랑 원해서 결혼한 게 아니었어. 강간당했는데 너네 언니가 생겨서 결혼을 하게 됐지. 우리 아버지한테 죽도록 맞았단다. 죽어도 그 집 안 귀신이 돼야 한다고 하셨어. 술 마시면 때리고 생활력 없던 너네 아빠 만나서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다 너네 때문이야. 너네들 눈에 눈물 안 흘리게 하려고 내가 희생한 거야. '


스무 살이 된 백설공주에게도 이렇게 말했답니다.

'백설공주야, 언니는 너네 아빠랑 똑같아서 성격이 못됐어. 네 동생은 남자라서 그런지 툴툴 대는구나. 엄마한테는 너밖에 없어. 너를 안 낳았으면 어쩔뻔했니?'

백설공주는 엄마의 눈을 통해 세상을 재단했죠.



이건 결혼도 독립도 아니야


백설공주는 결혼을 해서도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하루 일과를 보고했어요.

백설공주와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 시간에 엄마는 거울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거울아 거울아, 우리 백설공주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여주렴'


거울을 통해 보는 백설공주의 일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화로 '이래라저래라' 말했죠.

백설공주가 '아닌데......' 하며 말끝을 흐리면 백설 공주네 집으로 달려갔어요.


정신적으로 엄마와 독립이 되지 않은 백설공주와 사는 왕자는 행복하지 않았어요. 점점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과 어울리게 되었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백설공주는 숲 속을 산책했어요. 한참을 걷다 보니 작은 오두막이 보였고 7개의 방에 이런 글씨가 쓰여있었어요.

1번 방 : 혼자서도 잘해요.

2번 방 : 표현하는 건 잘못이 아니에요.

3번 방 : '자녀'도 하나의 독립된 인간입니다.

4번 방 : 부모의 인생을 당신이 대신 살 필요 없어요.

5번 방 :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돼요.

6번 방 : '이혼'은 잘못된 게 아니에요.

7번 방 :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7개의 방에 들어가 7명의 트레이너들과 이야기를 한 뒤 백설공주는 엄마와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엄마가 볼 수 없도록 거울을 깨뜨리는 일부터 시작했죠.


거울을 통해 백설공주의 일상을 볼 수 없는 엄마는 매일 달려와 백설공주의 현관문을 두드렸어요.

"얘가 이상해졌어요. 싫다고 안 하던 애가 변했어요. 내 인생은 이제 어디 가서 보상을 받아야 하죠?"


엄마의 외침을 듣고도 백설공주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전화도 하지 않고 엄마에게 가지도 않았어요.



쓰고 또 쓰며 연습한 생각들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난 왕자와 이혼을 하고 집을 나 온 백설공주는 7명의 트레이너들과 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1번 트레이너는 꼭 누구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은 혼자서도 잘할 수 있습니다. 당신 인생의 결정권자는 당신입니다.

2번 트레이너는 사랑을 표현하는 건 밝히는 게 아니에요. 잘못도 아니랍니다. 사랑하고 싶을 땐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세요.

3번 트레이너는 내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자녀에게서 채우려 하지 마세요. 자녀는 독립된 개체이지 당신의 빈 곳을 메워주는 메움이가 아닙니다.

4번 트레이너는 강약이 다를 뿐 이 세상 부모님들 모두 힘이 듭니다. 그래도 자식에게 보상을 받으려 하지 않아요. 부모님 인생을 당신이 보상해줄 필요 없어요. 당신은 당신을 위한 하루를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5번 트레이너는 싫다는 생각이 들면 '싫다'라고 말하세요.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을 할까? 망설이지 마세요. 남이 생각하는 기준에 나를 맞출 필요가 없어요..

6번 트레이너는 '이혼'이 잘못된 건 아니에요. 이혼하면서 겪은 아픔은 흐르게 두세요. 더 나은 내가 되려고 하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멋있으니까요.

7번 트레이너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처럼 이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가족은 없습니다.



과거의 나를 버리고 지금의 나를 찾아가는 이기적인 과정들


옛날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마차를 타고 꽃을 가꾸는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최저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 백설공주는 글을 쓰면서 토닥이고 있답니다. 아직도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못하지만 어릴 때는 상처였던 일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위로를 하기도 해요.


나는 상처 받는데 익숙하지만, 삼켜버리는데 익숙하지만, 내일은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내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지만, 계속 맴도는 사람들의 말은 나를 먹어버려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나는 주유소에 서있는 풍선 인형처럼 애써 무릎을 세우고 일어나 보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왜냐고요? 나의 아이만큼은 자기 인생을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잘 지내야 해요.


새로운 사랑을 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지만 뻔뻔해야 만날 수 있다면 뻔뻔해지기로 했어요. 타인의 기준을 나의 것으로 삼고 나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내 마음을 꺼내어 깨끗하게 씻어서 다시 넣어 둘 수 있다면 매일 갈아 끼워질 마음은 그래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크기를 가질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잠시 멈추어 봅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다가오면 피하지 않고 마주 서보려고 합니다.


메모해 두었던 글을 휴가를 핑계 삼아 완성했습니다. 글을 쓰며 많이 울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제가 치유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담쟁이처럼 악착같이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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