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구나

어머, 너 참 간사하다 얘!

by 솔담

코로나 예방 접종 사전 예약이 시작되던 날 새벽 2시 30분까지 열심히 눌러도 접속이 안됐다. 두 시간쯤 눈 붙이고 갤러그를 하듯 타다다닥 빛의 속도로 눌렀는데 접속조차 못하고 출근했다. 남들도 그러하겠지, 위안 삼았는데 나만 빼고 50대 4명은 예약을 했단다. 안 그래도 더운 날이 더 덥게 느껴져 땀 삐질삐질 났다.


10시쯤 검사장 언니가 와서 회사 컴퓨터로 접속을 해보라고 했다. 지금? 하고 물으니 빨리해봐,라고 한다. 한 번에 접속되고 일사천리로 예약이 되었다. 이럴 줄 알았음 어제 잠이라도 실컷 잘걸.


어제가 바로 그날.

예약시간 30분 전에 후다닥 뛰어나왔다.


전날 밤, 혹시 접종 부작용으로 내가 잘못되면 남동생에게 노노 잘 부탁한다는 편지와 몇 개 안 되는 보험증권과 통장도 챙겼다. 노노에게는 엄마가 아프면 네가 엄마 간호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심어줬지만 대답은커녕 콧방귀도 안 뀌는 실실 웃는 표정에 실망했다.


늦을까 봐 신호가 바뀌자 스텝이 꼬일 정도로 허겁지겁 달려가서 숨 고르며 앉아 있는데, 목에 사원증을 건 여자분에게 간호사가 물었다.

'땡땡땡하고는 어떤 관계세요?'

'배우자예요.'

내게 없는 배우자라는 말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독감 맞고 부작용이 있었냐는 물음에 없다고 하니 그럼 괜찮을 거라는 일상적인 말을 하고 주사를 맞고 15분 안정을 취한 뒤 나왔다.


노노가 장난으로 주사 맞은 팔을 툭툭 건드렸는데, 엄마 주사 맞아서 아프다고! 소리쳤다. 노노가 민망해하며 엄마 미안해 까먹었어,라고 한다.

불안하고 겁나는 내 마음도 몰라주는 아들이 야속했다.


안 아프던 팔도 아파오는 것 같고, 헬리코박터균 약을 먹은 듯 약기운도 숨을 들이켤 때 간혹 올라오고 속도 약간 메스꺼웠다.


엄마 잘 거야, 자다가 아프면 너한테 전화할게.

왜 나한테 해, 119에 해야지.

야! 네가 있는데 내가 전화하리?

전화기 무음인데 켜놓고 잘게.

참 시크하다, 너.

혼잣말을 하며 해열제와 따듯한 물이 담긴 텀블러를 확인하고, 준비해 둔 편지와 보험증권, 통장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누웠다. 10시다.


남들은 팔이 아파 자다가 몇 번을 깼다는데 나는 내리 6시간을 잤다. 책을 읽으며 견과류며 복숭아도 먹었다. 8시쯤 되니 슬슬 배가 고프다. 식탁에 선채로 밥 한 공기를 순삭 했다.


팔은커녕 아무 곳도 안 아프다. 젊고 건강한 사람일수록 아프다는데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상반되는 감정에 혼자 킥킥거렸다.


똥 누러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틀리다더니

나 참 간사하다.


모처럼 해가 났다.

빨래 삶아 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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