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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Dec 26. 2021

달 타령

달과 6펜스를 읽고서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삶'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지나간 일을 생각하며 후회하고 반성하며 다짐하는 일밖에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성장하면서 지금을 살아간다. 그렇다고 손에 잡을 수 없는 미래를 마냥 바라만 보지도 않는다. 당장 내일은 지금과 다르지 않더라도 그래도 먼 미래는 이렇지 않을까? 하는 안도감에 지금을 살아간다.


지금에서 생각하는 그 미래는 반드시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내가 지금을 견뎌내는 이유이다.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미래를 마냥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바꿀 수 없는 지금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미래를 괴롭힘으로써 그나마 위안을 받고 희망을 얻고 웃음을 지어본다.


소박하고 무식한 사람들의 사랑을 구해야 하는 거야. 그런 사람들의 무지가 우리네 지식을 다 합친 것보다 나아. 구석진 데서 사는 삶이나마 그냥 만족하면서 조용하게, 그 사람들처럼 양순하게 살아가야 한단 말이야. 그게 살아가는 지혜야. [달과 6펜스] 중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인 나의 무지가 인생의 후반에는 나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뭘 그리 아는 척을 하고 뭘 그리 모르는 것에 창피해하며 얼굴을 붉혔는지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있는 그대로 나 그대로를 인정하며 살아야겠다. 책을 읽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도, 영화를 보고 나면 제목도 감명 깊었던 대사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도 그냥 인정하면 된다. 그리고 조용히 메모해 둔 수첩을 뒤적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나여도 괜찮다.  


작가란 글 쓰는 즐거움과 생각의 짐을 벗어버리는 데서 보람을 찾아야 할 뿐, 다른 것에는 무관심하여야 하며,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나 실패에는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달과 6펜스] 중에서

'작가'라는 이름을 얻고 나서 참 많이 기뻤다. 내 인생의 4계절을 담아내면서 읽어준 분들이 없었더라면 나의 글도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내 넋두리를 일기장에나 적을법한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글을 쓰고 나면 가벼워졌다. 나만 가벼워져서 하늘로 둥둥 떠다니는 일이 없도록 글에 무게를 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과 다음 해의 첫날의 차이도 하루이듯 손에 잡히지 않는 '달' 같은 내 미래를 만나기 위해 '6펜스' 같은 현실을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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