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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Jan 05. 2022

누군가에게 '소년'이었을 당신에게

노인과 바다를 읽고서

21년 마지막 책이자 22년 첫 책이 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31일 저녁에는 아예 거실에 이부자리를 다. 영화 보다가 책 읽다가 자다가 먹으며 새해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매일 맞이하는 오늘이지만 마음 가는 대로 보낸 오늘은 특별했다.


노인은 욕심을 내어 큰 물고기를 잡기로 마음먹으며 미래를 그려본다. 물고기를 로또로 치자면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은 희망이 가득하다. 만약에 1등이 된다면~하고 일어나지도 않을 미래를 생각하며 미소도 지어본다.

옆에 없는 소년을 그리워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노인의 독백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소년'이었을 나, 그리고 우리를 생각했다.


가장 어려운 선택이 옳은 선택이라고 다독여보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리고 내게 주어진 그릇에 넘치게 담은 욕심들은 또 다른 화를 불러온다. 피 냄새를 맡고 다가오는 상어 떼들을 막아내고 살기 위해 남은 힘을 쥐어짜 본다. 결국 내게 앙상 뼈만 남아있다. 휴식이 필요하다. 온데간데없는 로또 1등의 희망은 다시 제자리다. 탈진해서 있을 때 아무 말하지 않고 옆에 있어주는 소년 같은 사람이 내게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소년'이 되었었나?


망망대해에 홀로 있는 노인의 여정에 '삶'이   겨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낚싯줄처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사는 하루 중의 한 날. 인생의 마지막 즈음에는 알고서도 뺏기고 지키려고 애쓰지만 결국 남는 건 내 몸 하나 누울 공간이다. 기력이 다 해 누워있을 때 곁을 지켜주는 사람 하나만 있으면 됐다 싶다. 그마저도 없다면 인생 참 못살았다.


뭐하냐고  아픈 건 괜찮냐고 묻는 관심 하나면 된다.

그냥 따듯해지는 관심 하나.


군가에게 '소년'이 되어, 인생의 마지막에서 '참 잘 살았다!'는 마음 하나 안고 싶다.


"행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조금 사고 싶군."

노인의 독백에서 이 노래가 생각났다.


행운을 드립니다♬

여러분께 드립니다♬

삼태기로 퍼드립니다♬


행. 복.

그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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