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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Jan 08. 2022

마스크 덕분에, 마스크 때문에

 듣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코로나 1차 접종을 하고 생긴 왼쪽 눈 주변 간지러움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눈이 퉁퉁 부을 때도 있고 뻘겋게 부풀어 올라 쌍꺼풀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2차 접종을 하면서 의사 선생님이 '또 맞을 거 아닌데 참으세요'라고 했는데, 3차를 맞으란다. 그러다 양쪽 눈이 그렇게 되면 나는 어디 가서 본전을 찾으란 말인.


내가 일하는 곳은 1급 자동차 정비업소다. 몇십 년 운전경력의 어르신부터 운전면허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초보운전자들이 매일 칠팔십 명가량 들락거린다.

사고 나서 기분 나쁘고, 애지중지하는 차가 고장 나서 기분 나쁘고, 잠깐 짬을 내서 왔는데, 접수조차 안된다고 해서 기분이 나쁘다. 그렇게 생긴 감정을 그러려니 하는 사람보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풀어야 제맛인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인지 웃는 얼굴에 상냥한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아주 아주 많이 땡큐 베리 감사하다.


어제는 백만 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 발길 없고 전화벨도 울리지 않 시간이 5분가량 생겼다.  그 고요함을 깨고 '저기 들어오면서 보니 젊은 아가씨가 앉아있어서 새로왔나 보다 했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아니잖아. 요즘엔 마스크 쓰니까 분간을 못하겠어, 분간을' 한 번에 끝냈어도 될 말을 반복 하 어르신의 뒷모습을 째려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흘겼다. 나름 서비스직인데 대놓고 째릴 수가 없었다.


지식을 배우고 정보를 얻는 것만 공부가 아닙니다. 타인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것도 공부입니다.
-유시민의 「공감필법」-

글 쓰는 것 뿐만아니라 관계에서도 공감은 필요충분조건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실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뿐.


마스크 때문에 마스크 덕분에 '하고 싶은 말'말고 '듣고 싶은 말'을 해야겠는 생각을 했다.

타인의 감정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나오는 대로 내뱉는 말은 이제 그만.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하는 것이 힘 이라고 했다.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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