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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Jan 09. 2022

웃는데 소심해지지 않기로 했다.

담아놓은 것을 꺼내는 일

자다가 잠을 뒤척였는데 허리를 삐끗했다. 이리저리 스트레칭도 해보고 고양이 자세로 요가도 해보았다. 그대로다. 찜질팩을 허리에 대고 앉았다. 불편하지만 누워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 어릴 적 전설의 고향에서 나온 ‘내다리 내놔’ 대신  ‘내 허리 내놔’라고 외치고 싶다.  

큰일이다, 큰일이다. 허리를 삐끗했다. 그리고 나서야 내가 지금까지 허리 같은 건 없는 것처럼 여기고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됐다.  아프지 않다는 건 없는 것처럼 여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거였다. 지금 나는 나한테도 허리가 있었구나 깊이 느끼면서, 납작 엎드린다.
-사노 요코의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중에서-

사노 요코와는 달리 나는 허리가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20대 초반에 등을 맞대고 근무하는 남자 직원이 장난으로 의자를 뒤로 빼는 바람에 땅에 털썩 주저앉았고 혼자 힘으로는 앉지도 일어나지도 못했다. 다행히 한 달 정도 한의원에서 치료하고 증세가 호전되기는 했지만 허리아픔은 나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늙어가고 있다. 


사노 요코의 글은 재미있고 솔직하다. 보고 또 봐도 격하게 공감이 간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마구마구 생긴다. 그래서인지 타고난 재능이 없는 나의 동경의 대상이 된 사노 요코다. 그녀의 글에 용기 내어 나의 사심을 밝힌다.  


요즘은 대만 배우 류이호가 너무 좋다. 몇 년 전 영화 '모어 댄 블루'를 봤을 때는 몰랐다. 슬픈 내용이라 눈물만 흘렸을 뿐. 그런데 예능 ‘투게더’를 보고 빠졌다. 넷플에 그가 나오는 영화와 드라마를 모두 봤다. 분홍색 바지도 어찌 그리 잘 어울리는지. 사심 가득한 눈으로 봤다. 왕대륙에서 류이호로 옮겨갔지만 그 둘의 공통점은 활짝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거다. 

나도 그들처럼 웃는데 소심해지지 않기로 했다. 


어제 노노는 모래치료를 했다. 

상담을 끝낸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했다.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상담을 계속하고 싶겠지만 노노가 그만하고 싶다면 그때 종결해야 합니다. (상담을 그만해도 될 만큼 노노가 좋아졌다는 건가? 아니면, 노노가 그만하고 싶다고 했나?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묻지 않았다.) 

- 네    

어머님은 노노가 상담을 통해서 어떤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안에 담아 놓았던 것을 꺼냈으면 좋겠어요.     


집으로 돌아와 노노와 맥주를 마셨다.

건배, 무엇을 위해서?

노노와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


노노가 자퇴 한 뒤 라인댄스를 계속 배운 것,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깔깔대고 웃는 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한 것은 참 잘한 것 같다.

그런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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