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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May 29. 2022

절망

오늘 일터에서 행복하셨나요?

나는 매일 아침 절망에 빠진다.


이외수 선생님은

출근은 이 세상에 남들처럼 살아남아 있고 싶은 자로서의 소박한 희망이다. 희망에의 도전이라고 했다.

또한 절망은 혼수상태에 빠져 버린 희망이라고 했다.

그렇다. 나는 희망을 보고 싶어 출근을 한다. 경제활동을 해야 이 세상을 살 수 있으므로.


어딘가에 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하지만 유독 한 사람만에게 맞춰지는 신경을 끌 수가 없다.

그 사람이 하루 종일 뱉어내는 부정적인 말들을 나열하는 것도 지겹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면 된다고, 그 사람을 피해 어제도 한 사람이 떠났다. 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임을 알기에 알면서도 그러려니 한다.


5월 27일 금요일 오전 9시 26분.

그 사람이 나를 향해 내뱉은 무시하는 말과 얼굴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얼굴 표정을 마주하는 순간 '지금까지는 그나마 내가 자존감이 강해서 버텼지만 이젠 못하겠다' 사무실을 나와버렸다.

옆 사무실 언니에게 가서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억울하다고, 직장 내 언어폭력이라고 말했다. 머리 뒤에서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나고 쓰러질 것 같았다. 언니가 '어떻게 몸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어.'라며 나를 주물렀다.

정신을 차렸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말하고 언니가 내미는 물을 들이켰다. 언니의 부축을 받고 그 길로 회사를 나왔다.

나무 밑에 세워진 차에 앉아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냥 눈물만 났다.

집에 있을 노노에게 내 사정을 알리면 안 되었다.

병원으로 가면 집까지 돌아올 자신이 없었다.

엄마 아파서 왔다면서 방에 들어가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구인광고를 뒤졌다.


1년 전 나에게 인수인계해 준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그 사람 때문에 힘들다며? 언니는 내 마음을 안다고 했다.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깜짝 놀랐다. 언니의 손에 들려있는 서류를 빼앗으며 만지지 말라고 소리치는 그 사람에게 그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당사자인 그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목소리 듣기 싫다며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 언니는 그냥 웃었다. 걷는 소리도 듣기 싫다고 소리 내며 걷지 말라고 했다. 그 언니는 6개월을 더 버티다 떠났다.

법륜스님 말씀을 들으며 마음수행을 한다는 그 언니는 그 사람이 불쌍하다고 했다.

나는 수행이 덜 된 사람이라 그런지 불쌍하다는 마음이 안 들고 미친놈이라고 했다.


그 사람이 나에게만 그러는 건 아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기술력을 알기에 누구에게나 그런다.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남 던가 떠나던가.


알랑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꺼내 들었다.

그는 첫 장부터 이렇게 묻는다.

오늘 일터에서 행복하셨나요?

그냥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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