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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Jun 05. 2022

마침표와 쉼표 사이에서

뭐든 괜찮습니다.

불행의 이유는 삶을 짓누른다. 타인에게 보이는 불행의 크기는 다르지만 내게는 내가 가장 불행하다.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건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거다.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있다며 위로를 받는 것도 밥맛 없다. 불행까지도 비교하며 위안을 얻는 위선자가 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마음의 여유가 없노라고 실토하며 불행해하는 게 낫다. 내 무력함을 인정하며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다. 겉으로 아닌 척하는 게 더 힘들다.  글로 뱉어내는 것도 타인에게 공감을 얻어 나를 채우기 위한 방법이다. 마음이 비어버렸으므로 타인에게라도 빌려서 꽉꽉 채우고 싶은 마음. 나를 이기적이라 생각해도 좋다.


쉼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끝내면 무슨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탈탈 털린 몸으로 어그적 어그적 일어나 반복되는 일상에 들어갔다. 현실에서 오는 무력감과 짓밟힌 자존심은 고이 접어 넣어둔다. 현실에 직면한다. 그래도 나는 다음날을 또 산다.


어제 퇴근하고 회사 근처 카페에 갔다. 토요일 오후 3시에 누리는 호사였다. 시골 동네 논 한가운데 있는 그 카페가 궁금했다. 무얼 보러 오는 걸까?

천장 높이가 어마 무시했다. 마음이 뻥 뚫렸다. 통창으로 보이는 논 뷰는 대단했다. 아저씨가 홀로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손으로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등받이가 낮아 보기에 불편해 보이는 의자는 반전이었다. 편했다.

그곳엔 쉼이 있었다.


끝내는 걸 두려워했다. 계속 살아있을 거란 가정하에 내린 자만이었다.

마침표 다음에는 문장이 시작된다는 말에 힘이 났다.

쉼이든 마침표든 괜찮다.

부딪혀 볼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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