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자식을 낳을까? 이유는 하나, 자식을 통해 새 삶을 살기를 원하는 거야.'라는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정말 이유가 하나일까?
나는 더 많은 기대를 그에게 하고 있는 것 같아 뜨끔했다.
요즘 나는 참 건조하다. 온몸의 수분이 다 날아가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는 것 같다. 탈탈 털린 채 몸을 질질 끌고 나오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단 한 사람인 그에게 전화를 한다. 하늘이 어떻다는 둥 어깨가 많이 아프다는 둥 주저리주저리 말해댄다.
내게 집은 그렇다, 다시 가고 싶은 곳.
가끔은 그가 독립하고 혼자 집에 있는 상상을 해본다. 쓸쓸함과 외로움이 확 밀려온다. 때가 되면 그때 받아들이기로하고 그의 방을 힐끔 훔쳐본다.
나는 자러 들어갈 때 방문을 닫는다. 깨어 있는 그가 나를 신경 쓰지 않고 화장실이며 주방을 왔다 갔다 하라는 배려다. 자고 있으면 그가 내 방문을 열어 주고 자신의 방문을 닫는다. 잠결에 나는 이제 그가 자려나 보구나 생각만 하기도 하고 샛눈을 뜨고 시계를 보기도 한다. 새벽에 일어나 마음껏 화장실과 주방을 사용하다가 그의 방문을 열어주고 출근을 한다. 그때 문 사이로 보이는 그의 다리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사랑이다.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있는 그가 나를 부른다. 그런 날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날이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그리는 게 안된다는 그. 그럼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있을까? 물으면 '그럼 더 불편하지'라고 한다.
'가족이라도 다 편할 수는 없지. 그래도 사는 동안은 잘 지내보자'라고 웃으며 마무리한다.
그의 그림을 보고 감탄만 해야 하는데 입이 방정이라고 뱉어내고 말았다.
엄마 가슴 작은 게 한이었냐? 야는 왜 이렇게 가슴이 크냐고 물었다.
그런 게 있단다. 날씬하고 가슴이 커야 사람들이 머물다 간다고. 잘 그리는 사람들은 후원금?을 받기도 한단다.
풍선 뭐 그런 거 말하는 거야? 물으니 비슷한 개념이라며 다른 이름을 댄다.
그건 잘 모르겠고 그림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엄마라 그림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하고 싶은 것에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대단하다'라고 말해줬다.
아들과 엄마의 그림
너만큼은 아니지만 엄마도 그림 잘 그리지 않냐? 며 얼마 전 싸이월드에서 캡처해놓은 사진을 보여줬다. 맞아, 엄마가 나한테 좋은 유전자 물려줘서 그래. 큰 눈도 같이 물려주지 그랬어, 라며 또 낄낄 웃는다.
안 그래도 너네 큰 고모가 너 백일 때쯤 그러더라. '연*야, 너 우리 엄마 미워했어? 눈이 우리 엄마랑 똑같아'라고.
그래? 내 눈이 친할머니 닮았다는 거지? 나 어렸을 때도 엄청 잘해줬다고 했지? 그러니까 갑자기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오래돼서 집은 생각이 안 나지만 그 근처 가서 물어보면 찾을 수 있을 거야. 가볼까?
엄마도 같이 가게?
너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다른 데서 기다리면 되지.
아냐, 그냥 그런 마음이 생겼다는 거지 굳이 지금 찾아가고 싶지는 않아.
'네 나이 때가 얼마나 좋은 줄 알아? 마음껏 즐겨. 엄마 나이가 되면 알 거야.' 그 나이 때 뭐가 좋은지 모르고 보낸 엄마가 내뱉는 말이다. 아, 그의 나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앞자리 숫자를 4로만 바꿔도 좋겠다. 피부도 탱탱하고 뱃살도 덜 튀어나온 그럭저럭 봐줄 만한 아줌마일 텐데, 라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동년배의 늘씬한 여배우를 향해 레이저를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