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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Jun 26. 2022

그 남자와 사는 법

자책하고 의심하는 시간 대신 이것

'사람들은 왜 자식을 낳을까? 이유는 하나, 자식을 통해 새 삶을 살기를 원하는 거야.'라는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정말 이유가 하나일까?

나는 더 많은 기대를 에게 하고 있는 것 같아 뜨끔했다.


요즘 나는 참 건조하다. 온몸의 수분이 다 날아가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는 것 같다. 탈탈 털린 채 몸을 질질 끌고 나오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단 한 사람인 그에게 전화를 한다. 하늘이 어떻다는 둥 어깨가 많이 아프다는 둥 주저리주저리 말해댄다.

내게 집은 그렇다, 다시 가고 싶은 곳.

가끔은 가 독립하고 혼자 집에 있는 상상을 해본다. 쓸쓸함과 외로움이 확 밀려온다. 때가 되면 그때 받아들이 하고 의 방을 힐끔 훔쳐본다.


나는 자러 들어갈 때 방문을 닫는다. 깨어 있는 가 나를 신경 쓰지 않고 화장실이며 주방을 왔다 갔다 하라는 배려다. 자고 있으면 가 내 방문을 열어 주고 자신의 방문을 닫는다. 잠결에 나는 이제 가 자려나 보구나 생각만 하기도 하고 샛눈을 뜨고 시계를 보기도 한다. 새벽에 일어나 마음껏 화장실과 주방을 사용하다가 의 방문을 열어주고 출근을 한다. 그때 문 사이로 보이는 의 다리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사랑이다.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있는 가 나를 부른다. 그런 날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날이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그리는 게 안된다는 . 그럼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있을까? 물으면 '그럼 더 불편하지'라고 한다.

'가족이라도 다 편할 수는 없지. 그래도 사는 동안은 잘 지내보자'라고 웃으며 마무리한다.


의 그림을 보고 감탄만 해야 하는데 입이 방정이라고 뱉어내고 말았다.

엄마 가슴 작은 게 한이었냐? 야는 왜 이렇게 가슴이 크냐고 물었다.

그런 게 있단다. 날씬하고 가슴이 커야 사람들이 머물다 간다고. 잘 그리는 사람들은 후원금?을 받기도 한단다.

풍선 뭐 그런 거 말하는 거야? 물으니 비슷한 개념이라며 다른 이름을 댄다.

그건 잘 모르겠고 그림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엄마라 그림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하고 싶은 것에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대단하다'라고 말해줬다.

아들과 엄마의 그림

너만큼은 아니지만 엄마도 그림 잘 그리지 않냐? 며 얼마 전 싸이월드에서 캡처해놓은 사진을 보여줬다.  맞아, 엄마가 나한테 좋은 유전자 물려줘서 그래. 큰 눈도 같이 물려주지 그랬어, 라며 또 낄낄 웃는다.

안 그래도 너네 큰 고모가 너 백일 때쯤 그러더라. '연*야, 너 우리 엄마 미워했어? 눈이 우리 엄마랑 똑같아'라고.

그래? 내 눈이 친할머니 닮았다는 거지? 나 어렸을 때도 엄청 잘해줬다고 했지? 그러니까 갑자기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오래돼서 집은 생각이 안 나지만 그 근처 가서 물어보면 찾을 수 있을 거야. 가볼까?

엄마도 같이 가게?

너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다른 데서 기다리면 되지.

아냐, 그냥 그런 마음이 생겼다는 거지 굳이 지금 찾아가고 싶지는 않아.


'네 나이 때가 얼마나 좋은 줄 알아? 마음껏 즐겨. 엄마 나이가 되면 알 거야.' 그 나이 때 뭐가 좋은지 모르고 보낸 엄마가 내뱉는 말이다. 아, 그의 나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앞자리 숫자를 4로만 바꿔도 좋겠다. 피부도 탱탱하고 뱃살도 덜 튀어나온 그럭저럭 봐줄 만한 아줌마일 텐데, 라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동년배의 늘씬한 여배우를 향해 레이저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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