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나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 흔들리는 나무에도 내리는 빗소리에도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솜털까지 오싹하게 곤두설 때 비로소 나는 어둠과 마주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서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보다 더 나아 보였고 불행은 나만의 것이었다. 나누지 않아 지는 불행을 움켜쥐고 살았던 과거의 나를 만나기로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보니 글을 쓰면서 서서히 힘을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몸에서 빠져나가는 힘을 마주하고 보니 생각에 유연함이 생기고 더불어 몸도 건강해졌다. 그땐 왜 그랬을까? 갇혀있던 생각을 글로 풀어내니 하나둘씩 벗겨지는 불행하다는 생각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온전히 나를 마주하며 살아갈 기회가 주어지니 작은 빗소리에도 반응하는 감각이 생겨났다.
부족해도 괜찮아!라고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자랑스러운 딸이어야 했고, 앞서가는 딸이어야 했는데 사회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나는 속으로 곪아 갔다. 다른 사람이 치유해주기를 바랐고 자가 치유를 잃어버린 나는 기능을 상실한 장기에 불과했다.
내 과거를 그대로 드러내기에는 마음의 문이 열려있지 않고 생각의 꼬리도 길게 늘어뜨려져서 눈물이 빙돌아 눈시울이 씨벌 개지는 나를 만나곤 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과 싸워야 하며 많은 생각을 눌러야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어둠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빛을 품고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빛이 비록 작은 점에 불과할지라도 그 자리에 서서 방황하는 나를 이끌어주리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가벼워진 몸과 마음을 만나고 있다.
같은 상황임에도 내 마음이 내 생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왜 그때는 알지 못했을까? 내가 경험해본 테두리가 전부인 줄 알았다. 그 안에서 무거운 집을 지고 천천히 옮겨가는 달팽이에 불과했던 내가 이제 다다른 곳은 다른 세상이 아니다.
그 세상 안에서 과감히 무거운 집을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마주 대할 힘이 생긴 민달팽이에 불과하지만 오늘도 천천히 내 인생의 길에 끈적한 여운을 남기는 나로 살아가고 싶다.
아이를 통해 본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한지 7개월 .
앞으로는 나를 통해 본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써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