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해 온 익숙한 일을 멈추고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니, 엔도르핀이 도는 것 같다. 새롭다는 것은 긴장감도 있고 여기서도 잘 해내야겠다는 오기도 생기는 것 같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단순한 일인 것 같았는데 막상 내가 그 자리에 서고 보니 낯설다.
집 주변에 패스트푸드점이 새로 생겨 전화 에약을 한 후 약속된 시간에 갔더니 3분을 기다리라고 한다. 하지만 20분이 지나도 부르지 않는다. 그전 같았으면 언제쯤 되냐고 물었을 텐데 묵묵히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그들도 처음이겠지. 차례로 해 주는 거겠지. 다른 사람을 먼저 해줘도 괜찮아 등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기다림'이란 단어가 나와 상대를 편안한 세상으로 초대했다. 내가 경험해본 것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맞나 보다.
그전의 나는 어땠을까?
자다가 문득 눈을 떴다. 머릿속에는 온통 새로운 일이 돌고 있었다.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던 보일러의 온도계가 나의 눈에 띄는 건 왜일까?
25도. 한 여름의 30도가 넘던 온도는 언제 내려갔을까?
그동안 나의 온도는 몇 도였을까? 다른 사람의 온도를 올라가게 하지 않았나? 마음이 아파 잠못이루었을 때 나의 온도는 몇 도였을까? 그 온도 때문에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그 자리에 서 있는 지금 나의 온도 유지를 잘해서 다른 사람의 온도를 높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