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고리
뫼비우스 띠의 끝을 볼 수 있을까?
세찬 비를 선두로 매섭게 부는 바람이 겨울 앞에 섰다.
첫눈이 주는 기대감도 겨울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는 감성을 잃어버리고 너무나 현실적인 아줌마가 돼버린 나.
지하주차장이 없는 곳에 살기에 추운 겨울날은 10분 일찍 나가 유리에 낀 성에를 밀어야 하고,
나무 밑에 세워 놓으면 새똥을 무늬처럼 달고 다녀야 한다.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울까 걱정하고, 경사진 곳에 섰다가 출발하면 뒤로 밀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나.
세월은 낭만보다 현실성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1년 전만 해도 눈이 오면 걸어서 출근했고 아가들과 신나게 눈싸움할 생각에 설레었다. 걸어서 한 시간 거리인 지금 직장은 논길 따라가야 하기에 새벽길을 걷기도 겁나고 딱히 눈 하고 연관되는 기대감도 없다. 직종을 바꿔 얻은 건 뭘까?
한 가지 일을 십 년을 해야 전문가가 된다는데 양치를 하다 십 년 뒤에 환갑이겠구나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얼마 전까지 툭 틀어 올리던 똥머리는 하나둘씩 늘어나는 흰머리 때문에 포기하고 짧게 자르고 가려버렸다. 곧 내 머리도 염색을 해야겠지......
멋 내기 염색이 아닌, 흰머리를 위한 염색을 해야 한다 생각하니 조금은 슬프다.
나이 듦의 원숙함을 얻었고, 마음의 여유를 얻었으며, 독서를 통해 나쁜 일이 전부 나쁜 게 아니라는 것도 폭언을 내뱉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으리라.
긍정적인 말을 해도 되는 상황에서 굳이 부정적인 말로 툭 내뱉어 버리는 그들은 짜증 난 마음을 내보이려는 걸까?
내가 이렇게 짜증 났으니,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라고 차라리 말한다면 좋겠다.
툭 내뱉는 그들의 언어에 베이고 찔리고 아파하는 걸 그들은 모르겠지? 그러려니 생각하다가 깊이 쑤욱 들어올 때면 나도 아프다. 씨익 썩소를 날리고 다시 일상을 마주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행동을 바르게 하는 H.
사춘기 아들이라 생각하라는 팀장의 말에 "우리 집 사춘기 아들은 안 그러는데"라고 말하며 박장대소했다. 아침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 마주치면 손을 빼고 인사를 하는 H. 툭 내뱉는 말 때문에 나는 H에게 부탁하기가 꺼려진다. H의 본모습은 어떤 걸까? 너와 나의 연결고리는 베일에 가려있다.
판단은 내게 남겨진 숙제다.
세월이 흘러 내 나이가 돼서 농익어지면 알게 되겠지? 가시 돋친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다는 걸......
긍정적인 언어로 격려받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내뱉어야 쎄 보이고 내가 있어? 보인다는 하수들의 생각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나는 신의 한 수를 들고 패를 구경하는 삼류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신경 끄기의 기술을 발휘해라!
너와 나의 연결고리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을 알 수 없다.
고로 즐겨라!
네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