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랑 같이 게임해(feat.16살 아들)

사춘기 소년과 오춘기 엄마의 소통 일기

by 솔담


[점심시간]


방학이 길어지자 아이도 지겨운지 뭐 할거 없나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요리에 푹 빠진 아들이거든요.

서로 얼굴 마주 볼 시간 없으니,

엄마 책 볼 때 너도 같이 책 읽자고 하면, 엄마가 나랑 같이 게임하자고 하는 아들이에요. ㅋㅋ


"맛있게 만들어서 먹고 저녁에는 엄마랑 책 한 시간만 읽자"

"엄마가 나랑 같이 게임해."

"알았어. 엄마는 테트리스할게."

"그럼 난 동화책 읽을 거야."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어요.


어느 순간이 되자 독서하고는 멀어지고, 게임과 유튜브에 퐁당퐁당 빠진 아들.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아들인데, 방학이 길어지니 살짝 걱정이 됐거든요.

아직까지 학원, 학습지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아들입니다.

집에서 스스로 공부하냐고요?

가방을 열지 않아 할머니가 "가방 감기 들겠다"라고 할 정도예요.ㅋㅋ


제 생각은 공부도 스스로 하고 싶을 때 해야 능률이 오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3이 되었네요.



[퇴근시간]


"아들! 엄마 퇴근하는데 배가 고파."

".... 그래? 빨리 와"

"바람도 엄청 불고 엄마 날아갈 것 같아."

".... 그래? 조심해"

답변이 조금 늦어지는 거 보니 헤드셋을 끼고 게임 중인 것 같습니다.

"밥이 없어. 아들이 쌀 씻어서 밥 눌러놓을래?

"파리바게뜨 갔다 온다고?"

헐...... 밥이를 파리로 들은 아들.

파리바게뜨 들려서 빵 한 아름 사서 갔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자, 이제부터 테트리스를 해볼까? 다운로드해야겠다."

"엄마! 진짜 하게?"

"응, 엄마는 테트리스 할게, 넌 동화책 읽어."

테트리스를 다운로드하는 동안 아이가 옆에 앉아 힐끔 휴대폰을 엿보더라고요.


제가 한때 테트리스에 빠졌었는데, 자려고 누우면 천장이 온통 테트리스 게임판이 될 정도까지 였어요.ㅎㅎ


"오랜만에 하려니까 잘 안되네?"

"엄마! 나 진짜 책 읽어?"

"응, 엄마 한 시간 할 거니까 너도 한 시간 책 읽어."

안절부절못하던 아이가 책을 가져와 옆에 앉아 읽기 시작하더니

"엄마! 컴퓨터로 해. 휴대폰으로 하면 너무 작잖아."

"너무 재미있다. 매일 한 시간씩 해야지."


동문서답을 하자 아이는 걱정스러운 눈 빛으로 저를 바라보더니 책을 읽더라고요. ㅋㅋ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어요.

조카에게도 선물하고 친구에게도 선물을 했습니다.

아들에게도 하루에 열 장씩만 읽으면 방학 동안 다 읽을 수 있겠다고 권했습니다.

이 책 한 권만은 꼭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거든요.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어제 마지못해 아들이 펼친 책입니다.

"읽다 보니 재미있네?"하는 아들.


아들이 1시간 동안 책을 읽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책 읽다가 방으로 들어가 버렸거든요.


제가 1시간 동안 테트리스를 했을까요?

그만해야지 마음먹었지만 한 번만 한 번만 하는 마음이 이겼습니다.

자려고 누웠는데 한 번만 하고 잘까? 하는 생각에 또 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게임 앱을 삭제하고 잤습니다.


아마 게임이 휴대폰에 그대로 있었더라면 눈뜨자마자 했을 겁니다.

왜냐고요?

지금도 테트리스가 생각나고 있거든요.


어디에서건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지만, 게임이라는 것........

정말 빠져나오기 힘드네요.

아들이 왜 게임을 하면 밥을 안 먹고, 이번만 이번만 하다가 한 시간이 훌쩍 지나 가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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