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에 수박이 먹고 싶다니

이놈의 미러링은 언제까지 따라다닐 건지

by 솔담

어제는 졸음을 떨칠 수 없어 8시쯤 자리에 누웠습니다. 한기도 느껴져서 이불을 두 개 덮었습니다. 자다가도 서늘함을 느껴 깨기도 했지요.


새벽 네시쯤 눈을 떠서 뒤척이다 책을 읽으려 하는데 갑자기 수박이 먹고 싶더라고요. 아니, 이 새벽에 수박이 먹고 싶다니~

(새벽에 깨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게 혼자 지내는 사람의 장점입니다.ㅋ)

수박을 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를 줄 건 가운뎃 부분이, 제거는 모서리만 담기네요.


요즘 가마솥밥에 맛이 들린 아이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가마솥밥을 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처럼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도 만들어 먹는답니다.


며칠 전 아침.

전날 남은 누룽지를 먹고 있는데, 아이가 밥을 먹다 말고 이러는 겁니다.

"엄마, 그거 맛있어서 먹는 거야?"

"응, 맛있어."

"거짓말이지? 아까워서 먹는 거지?"

"아냐, 맛있어서 먹는 거야."

"할머니가 퉁퉁 불은 누룽지 드시고 있다고 생각해봐. 엄마가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겠어?"

그 말에 누룽지를 밀쳐내고 따듯한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퉁퉁 불은 누룽지가 맛있었을까요? 저도 습관처럼 남은 게 아까우니 먹었던 것 같습니다.


친정부모님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도 작용했겠지만 밥 한 톨을 버리지 않으십니다. 쉰밥은 헹구어 드시고, 양념이 제대로 들어간 김치가 아닐망정 마지막 한쪽까지 다 드십니다.


그런 부모님을 봐왔으니 저도 남은 음식을 자연스럽게 먹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것은 아이를 주고, 더 먹고 싶어도 아이 먹으라고 참습니다.

(저만 이러는 건지......)


우리 아이가 퉁퉁 불은 밥을 먹는다는 걸 상상해보니 고개를 젓게 됩니다.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기 위해서 제가 남은 음식 먹는 것을 그만두어야겠습니다. 수박을 잘라서 가운데 부분 먹는 모습도 아이에게 보여줘야겠습니다.

"우리의 삶 전체는 단지 일종의 훈련이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당신이 나만두고 떠났을 때에 내가 당신 없이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시려고 했고...... 나의 입장에서는 당신이 안 계셔도 나는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어머니께 납득시키려고 했다."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71p

이 얼마나 충격적인 글인지......

"어머니에게 나는 항상 네 살짜리에 불과했다."라고 프루스트는 말했습니다.


내가 없는 날을 아이가 맞이하는 시간은 언제 찾아올지 모릅니다.


그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려 하지 말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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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이거 엄마가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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