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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덕대게 May 12. 2024

예술가적 자의식과 현실의 벽

물질적 풍요와 신념의 고집 사이의 틈

자본에 굴복하는 예술가는 과연 예술가인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아직 스스로가 예술가가 되기에는 멀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나만의 신념과 철학은 명확하게 지니고 있으며 이를 꾸준히 발전시켜 예술가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데 예술이란 필연적으로 현실적 문제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바로 돈이다. 물질적인 풍요를 취하면서 예술가적 자의식을 지키는 사람은 정말 하늘이 도운 사람일 것이다. 대부분 양자택일의 순간에 놓이고, 물질을 택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상업 영화가 타락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한국 상업 영화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완전히 이해가 안 되지는 않는다. 결국 사람이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고, 신념과 철학 따위 생계 앞에서는 그저 알량한 고집에 불과하도록 전락해 버린다. 


나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살다가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것만 같은, 물질적으로 궁핍한 상태에 놓일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용 공고를 찾아봤고, 한 회사에서 면접 연락이 왔다. 마케팅 회사이다. 바로 내일이 면접날이다. 과연 이 회사의 면접을 가는 것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좋은 선택일까. 왠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자의식이 붕괴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분명히 회사에 출퇴근을 하게 되면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시간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예술적 감식안이 발전하는 속도가 더디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현재 물질적인 수입이 거의 제로인 상태를 유지하기에는 여러모로 현실적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직접 놓여보니까 알게 되었다. 한 개인이 예술적 철학과 예술가적 열망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결국 문제는 가장 현실적인 원인이었다. 물질은 개인의 이상을 잠식한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물질적 안정성인지, 예술적 감식안의 발전인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 일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돈이란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이구나.라는 새삼스러운 계몽이다. 모르겠다. 삶은 고민의 연속이고 양자택일의 순간이 반복되는 것일 뿐이구나, 싶다. 이 잔인한 세상 속에서 언제까지 나의 예술가적 자의식과 이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어떻게든 '영화로운'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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