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My Story 0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싸비 Oct 15. 2024

아이스크림 차

2016 유럽 여행 이야기

라이온킹 뮤지컬은 배우들이 동물 탈을 쓰고 연기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지만, 움직이는 무대는 심바가 도망치는 장면을 실감 나게 했지만, 아름다운 라이브 연주도 놀라웠지만 아이들과 서서 보기에는 무리였다. 나머지는 언젠가 다시 보기로 하고 인터미션(intermission) 시간에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날 밤 큰 아이가 아팠다. 몸살도 감기도 아닌데 배가 아픈 걸 보니 물갈이를 하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점심때까지 잠을 자는 아이들을 두고 밖으로 걸어가 현지 치킨 집에서 치킨과 콜라를 사 왔더니 잘 먹고 기운을 차리는 듯했다. 숙소에만 있는 게 미안했는지 나가보자는 아이의 말에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가 동네를 걸어갔다. 그러다 아이스크림 트럭을 발견했다. 어릴 때부터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게 꿈이었는데 느닷없이 이루어졌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아이와 함께 약국으로 갔다. 영어를 못해도 바디랭귀지면 될 줄 알았지만 의약품이다 보니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약을 줄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십분 발휘했다. 헤드에이크(headache)와 스토머크에이크(stomachache)를 생각해 낸 것이다. 둘은 약사 선생님께 헤드에이크, 스토머케이크를 신나게 발음했고 약을 구할 수 있었다. 아이가 계속 아플까 걱정이 되셨는지 가까운 병원 주소를 적어주며 찾아가 보라고 하셨다. 영어에 자신감이 생긴 아이들은 병원에서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병원 입구에 도착했을 때 큰 아이가 말했다.


“엄마, 저 이제 안 아픈 것 같아요!”

“와~! 누나 다 나았다!”

“그래, 표정 보니까 진짜 다 나은 것 같아!”


우리는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약국에서 타온 약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나온 아이가 어제보다 많이 나은 것 같다고 하는데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


“너 샤워할 때 입 안 다물었지?”


이전 07화 런던 빨래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