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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y Story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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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비 Oct 17. 2024

맥도날드(McDonald’s)

2016 유럽 여행 이야기

런던을 떠나기 전 남은 시간을 즐겁게 쓰기로 했다. 다행히 런던의 랜드마크들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마다 위치해 있어서 우리끼리 *워킹 투어를 할 수 있었다.


*관광지에 가면 워킹 투어 신청을 받는 가이드가 있다. 예약하고 지정된 시간에 모여 함께 출발하는 서비스


구글 지도를 켜고 걸으면서 런던탑, 웨스트민스터궁, 타워 브리지, 런던 아이, 빅벤 등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도 코난에 빅벤이 나왔던 것을 기억하고는 신나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는 빅벤의 이름이 저 건물을 지을 때 감독관의 이름을 딴 별명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타워 브리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배가 지나갈 때 저 다리가 올라간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아이들은 런던의 바람을 맞으며 걷는 걸 좋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빨간 2층 버스와 투어 버스들,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의 여유로운 표정은 관광지의 흥취를 느끼는데 더할 나위 없었다.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도 들었다(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노팅힐에도 가고 싶었는데). 우리는 유명하다는 ‘Shake Shack’을 가보기로 했다. 쉐이크쉑에서 버거와 밀크쉐이크, 감자튀김을 먹고 나오는 길에 기념품으로 이모티콘 쿠션을 사서 세인트 판크라스(St Pancras International) 역으로 갔다. 거기서 유로스타를 타고 브뤼셀 미디(Midi, 남쪽) 역으로 떠났다.


브뤼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5분. 우리는 빨래방에 갔다가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빨래방에 도착해 코인을 교환하는 기계 앞에서 망설이던 나는 옆에 계신 분께 물어보기로 했다. 내가 영어를 모르니 최대한 쉽게 설명해 주시는 듯했으나 무슨 말인지 알 수는 없었는데 듣다 보니 돈을 넣으면 전부 코인으로 바꿔준다는 뜻 같았다. 모르고 큰돈을 넣었으면 코인이 많이 남을뻔했다. 나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땡큐, 유아 굳 티쳐(Thank you your good teacher)”

“당신이 훌륭한 학생이어서 그래요. “


우리는 기계에 빨래를 넣었다.


“물어보길 잘했지? 안 그랬으면 여기 오는 사람들 기다렸다가 코인 바꿔줄 뻔했잖아.”


그런 사람이 정말 있었다. 문 앞에 앉아있던 한국 청년이 손안에 가득한 코인을 내보이며 물었다.


“저 혹시 코인 바꾸실 거면 제가 바꿔드릴게요”

“아, 저희는 빨래 돌렸어요.”

“그러시구나. “


그때 갑자기 빨래방 셔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돌아가는 CCTV로 보고 있을지 모르는

사람을 향해 팔을 휘져으며 사람이 있다는 표시를 해봤지만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내려오는 셔터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빨래 이제 시작했는데?!”

“내일 다시 찾으러 오시고 일단 나가지 않으면 밤새 갇힐 것 같아요.”


우리들은 밖으로 빠져나왔다.


“우리 맥도날드 갈 건데 같이 가요. 제가 살게요. “

“아닙니다. 저 돈 있어요. “

“그 코인은 안 받을 것 같은데. “

“아, 이거요?”


급우울해 보이는 청년과 함께 우리는 근처 맥도날드로 향했다. 1955였나? 숫자가 들어간 버거를 시키려는데 영어를 못하는 나의 방법은 이랬다.


“왓 메뉴 플리즈?(어떤 메뉴 드릴까요?)”

“원(one), 나인(nine), 파이브(five), 파이브(five)”

“쏘리, 왓?!(미안한데, 뭐라고?!)“

”저, 그냥 제가 주문해 드릴까요? “

“아니야,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나는 카운터 위로 올라갈 기세로 몸을 내밀며 높이 걸린 메뉴판의 숫자 버거를 가리켰다.


“원, 나인, 파이브, 파이브“


보다 못한 한국 청년이 유창한 회화실력으로 주문해 주었고 직원은 그제야 주문을 이해했다. 그날 나는 아이들과 그 청년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를테면 ‘의지가 있으면 통한다 ‘ 같은 거 말이다.


너무 늦어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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