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사랑하면 느는 것

by 싸비

고등학교 때 친구가 KFC에서 아르바이트해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교복 치수 정리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지방에 있는 창고까지 우리를 태워주던 아저씨를 만나는 게 좋아서 주말만 기다리던 때라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가 그 아저씨가 대학원에 가면서 사라지자 친구와 KFC 알바를 같이 하게 됐다. 도산공원 앞에 있는 영화관 옆이어서 늘 바빴던 기억이 난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KFC에서 아르바이트를 다시 하는 건 내가 KFC를 치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가방이 젖었다.


비를 맞은 쪽과 맞지 않은 쪽의 색이 다르다.


평생교육 원격 수강신청을 해놓고 돈이 없어서 포기하려 했는데 부산에 다녀오시던 대표님의 전화에 나도 모르게 돈을 꿔달라는 소리를 했다. 대표님은 얼마 전 사기를 당해 법정 싸움을 하는 중이라 그분에게 돈 이야기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그런데 수강료라는 말에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면서 빌려주셔서 다행히 수강료를 냈다. 이틀 뒤 급여가 들어와 바로 갚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번 주부터 고대근동의 역사와 종교, 그리스어 기초를 시작했다.


점심은 고등학교 교직원 식당에서, 저녁은 총신대 학생 식당에서 먹는다. 5,500원에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일할 힘도 공부할 힘도 낼 수 있다.


디지털 튜터 계약이 6월 5일로 종료된다. 9월에 다시 출근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할 일을 찾아봐야겠다. 그래도 튜터 급여 덕분에 단기선교도 다녀오고 제자훈련을 받기 위한 양육 훈련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평생교육원에서 공부를 계속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거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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