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월요일

오늘의 나

by 싸비

마지노선 시간이 되어서야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머리를 대충 말리고 방에 널려있는 옷가지 가운데 검정 바지와 갈색 니트 집업을 입었다. 나랑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요새 계속 같은 옷만 입고 간 게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는 이 옷을 입으라 한다.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 이번엔 얼굴에서 제동이 걸린다. 맨얼굴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화장을 하기로 한다. 앞머리는 롤을 감아올리고 얼굴에 스킨로션을 바른다. 그 위로 파운데이션을 두드려 바르고 눈썹을 그린다. 붓 하나로 블러셔부터 섀딩까지 마치고 입술을 그리면 거울 속 내가 안도하며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백팩 속에서 어제 꺼내지 않은 텀블러를 도로 넣는다. '어제 물만 마셨으니까.' 충전하던 아이패드를 뽑아 가방에 넣고 멀티탭과 우산을 확인한다. 멀티탭이 안 보여 다른 가방을 열어본다. 꺼내서 옮겨 담고 건조기에서 마른빨래를 꺼내 후딱 정리한다. 손수건을 접어 가방 앞주머니에 넣고(안경닦이도) 이어폰 줄을 목에 두르면 나갈 준비 끝. 아이폰을 손에 들고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뭘 빠뜨렸더라?"


신발을 벗고 다시 들어가 보일러를 외출로 바꾸면 이제 정말 준비 끝이다. 닫힌 문을 보며.


'이젠 빠뜨려도 할 수 없어.'


계단에서 운동화끈을 꽉 당겨 묶는다.


밖으로 나오는데 우편함에 꽂혀있는 선거공보물이 보인다. 겉면에 적힌 사전투표일을 확인하고 가방에 넣었다. 카카오맵을 열어 마을버스 도착시간을 확인하니 3분. 버스 정류장으로 걸으며 유튜브로 오늘 큐티를 찾는다. 버스에서 목사님의 큐티를 한 번 듣고 다시 듣기를 누르면 내릴 정류장 앞에 도착한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바나나가 맛있어 보인다.


"계좌이체도 돼요?"

"바나나 들고 안으로 들어가세요."


계산대 뒤로 보이는 번호로 이체를 하는 동안 가게 안은 손님을 부르는 소리로 활기 넘친다. 채소들도 신선해 보여서 다시 오고 싶어진다. 검정봉투에 담아주는 바나나를 받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지하철역사에 있는 편의점 매대에서 과자 하나를 집어 계산하려는데 자동문이 잠겨있다. 과자를 다시 내려놓고 개찰구 안으로 들어갔다. 가방에 바나나를 넣고 있으니 지하철이 들어오는 신호음이 울린다.



총신대 입구에서 평생교육원 건물까지 가파른 언덕을 올라간다. 도저히 계단을 걸어 올라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2층 원우회실에 도착했다. 기도모임 시간보다 조금 일찍 모인 사람들 중 음악 하는 청년의 기타 소리에 <나는 믿네>를 신청한다. 고맙게도 연주를 해주는 청년이 갑자기 잘생겨 보인다. 그렇게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과 함께 찬양을 하고 나니 청년이 또 신청곡을 받고 이번엔 <주 예수 나의 산 소망>이 신청곡으로 나왔다.


"좋은데, 이 찬양 어려워요. 찬양하다 분위기 이상해질 수도 있어요."


나는 미리 경고를 했다. 다행히 다들 찬양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로 순조롭게 찬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찬양을 마쳤을 때 정확히 12시 30분 기도 시간이 되었고 기도 인도자인 원우회 회장이자 전도사님의 인도를 따라 기도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기도는 우리나라와 세계정세를 위한 기도였다. 두 번째 기도는 교회가 바로 세워지게 해 달라는 기도였으며, 세 번째 기도는 총신대와 신학생들, 교수님들을 위한 기도였다. 기도를 마치고 바나나를 나눠준 나는 곧장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지난주에 본 주간 식단표에서 오늘 중식이 고구마 돈까스였다. 나는 고구마 돈까스를 싫어하지만 5,500원이라는 가격을 좋아한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위에서 농구장을 내려다보면 쪽문이 보이는데, 열려있을 땐 여길 통과 해서 간다.



그렇게 오늘도 눈물겨운 월요일이 반쯤 지나고 있다. 내 마음은 여기서 글도 쓰고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싶으나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 일들을 하고 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학교 정원에 앉아 글을 적다 보면 키보드, 손등, 텀블러 뚜껑, 바지, 핸드폰 어디든 올라오는 개미와 개미 친구 같은 곤충들을 볼 수 있는데, 처음엔 털어냈다가 지금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늦겠다. 얼른 창동에 있는 심리센터로 가야지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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