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느는 것
코가 빨개져 어루만지는 손
“아야야”
보기만 해도 아픈 걸
“엄살은”
눈물이 그렁해서는 올려다보는 눈을 보니 짐짓 장난이 발동한다.
”울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신대 “
코 끝을 살짝 건드려 보더니 찌르르 한가보다. 다시 눈물이 그렁거린다.
“산타 안 믿어요!”
“그럼 다른 애들 선물 받을 때 넌 뭐 하게? “
“몰라도 돼요”
얼음을 수건으로 감싸서 만지작 거리니 차가워졌다. 그걸 코에 대준다.
“앗 차가”
“너무 차가우면 참지 말고 말해”
“할만해요”
납작하고 빨간 콧잔등 위로 얼음을 싼 수건이 올라가니 한결 기분이 나아져서는 입술을 씰룩인다.
“제가 무슨 말할지 알아요?”
“너 말이다.”
“저요?”
“그래, 너지, 여기 나 말고 너 말고 또 누가 있겠어?”
나를 보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린다.
“왜, 왜?”
“아저씨랑 얘기하기 싫어졌어요”
“나야 좋지”
종이 위에 슥슥 펜이 굴러가는 소리가 방을 메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 아차 싶었다. 어린애한테 내가 너무 했구나.
“초콜릿 먹을래? “
“네 “
사심 없이 초콜릿을 기다리는 아이의 눈망울에는 새벽이슬 같은 물기가 반짝였다. 그 눈동자에 비추인 나는 어느샌가 세상이 재미없다는 걸 알아서 지겹도록 한숨만 쉬는 아저씨가 되어있었다.
“아저씨! 초콜릿 준다며요 “
초콜릿을 입 속에 쏙 넣더니 동그란 눈으로 나를 본다.
“아저씨 몇 살이에요?”
“스물아홉 “
“으음”
“왜?”
“나 아저씨한테 시집갈래요”
“켁“
“뭔 집?”
“시집이요 “
“쪼끄만 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왜요! 저도 내년이면 성인이에요”
“뭐라고?”
“앞으로 한 달이면 고등학교 졸업이에요”
“무, 무슨 소리야? 너 초등학생 아니야?”
“저 고3인데요?”
아무리 봐도 초등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아이가 고3이란다.
“저랑 결혼해 주세요”
서울에서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사귀는 사인 줄 알았던 여자친구는 어장관리였을 뿐이고 전세 보증금을 들고 나른 룸메이트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이 깡촌에 들어와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나에게 밑도 끝도 없이 결혼하자는 고3 박인영 그 아이는 그렇게 느닷없이 내 곁을 파고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