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느는 것
“누나! “
학원문을 열고 들어오던 인석이가 우리를 보고 놀란 기색이다.
”인석아, 정말 너희 누나야? “
”네? 네. 근데 누나가 왜 여기 있어? “
”온다고 했잖아. “
초콜릿을 넣은 입을 오물대며 대답하는 고3 박인영.
”온다고 말했으면 선생님께 미리 말씀드렸을 거 아니야? “
“나?”
“네, 저희 누나 보고 많이 놀라셨죠?”
“음. 어떤 부분에서 내가 놀랐어야 할까?”
“저희 누나가 좀…”
“내가 좀 뭐?”
“… 사연이 좀 깊어요.”
초콜릿이 잘 안 까지는지 입으로 껍질을 뜯고 있는 누나를 긍휼 하게 바라보는 인석이. 그런 두 사람을 봐야 하는 나는 그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좋아요!”
“네? 어디로요?”
“아저씨! 빨리 가요!”
인영이는 하얀색 크록스를 신고 학원문을 흔들어재꼈다.
“빨리, 빨리”
”재촉하면 안 간다. “
”쳇 “
”먼저 내려가 있어. 인석이랑 학원 문 잠그고 갈 테니까. “
”빨리 내려와요!”
인영이가 사라지자 순식간에 적막이 찾아왔다.
“서, 선생님”
사색이 된 인석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인석아”
“네!”
“가자”
‘띠로롱’ 학원 도어록 잠기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주춤대는 인석이를 데리고 계단 아래로 향하는데 자전거 종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여지없이 인영이다. 커다란 자전거에 앉아 깨금발로 서서는 바로 앞에서 종을 울려댄다.
“빨리! 빨리 가요~!”
“인석아, 자전거 타고 왔지?”
“네!”
“자전거 좀 빌리자. 어딨어?”
“그게…”
인석이가 학원 주차장에서 초등학생이 탈법한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그 자전거가 네 거야?”
“네”
“아무리 봐도 인영이랑 자전거가 바뀐 거 같은데? “
자전거 위에서 겨우 내려온 인영이가 대꾸한다.
”쟤 초딩! 나 고3! 이 자전거 고등학생용! 저 자전거 초등학생용! 제대로 탄 거 맞죠?”
서울에서 깡촌에 내려와 그나마 좋은 점은 두통이 사라진 거였는데. 다시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알겠어! 내가 인석이 거 탈 테니까. 너희 둘이 인영이 자전거 같이 타.”
인석이 자전거에 올라 시운전을 해보는데 자전거가 작으니 다리를 벌려야 페달을 굴릴 수 있다. 창고에서 종이박스를 들고 나오던 과일상회 아주머니가 보더니 한마디 하고 지나간다.
“에구 망측해라 “
”하아…“
자전거에서 내리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누나와 나를 번갈아 보는 인석이와 초콜릿 껍질을 입으로 물어뜯는 인영이가 보였다.
”인석아, 내가 누나랑 같이 탈 테니까. 뒤에서 잘 따라와. 차조심하고 신호 잘 지켜.”
“네!”
자전거를 세우더니 보조안장에 앉는 인영. 날 보며 자전거 안장을 손바닥으로 두드린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자전거에 올라탄 나는 뒷자리에 있는 인영에게 말했다.
“떨어지지 않게 꽉 잡아”
“네!”
인영이 손이 허리를 꽉 조른다.
“거기 잡으면 배 아프잖아! “
”가다가 방귀 뀌어도 책임 안 진다. “
”윽 알았어요 “
손을 좀 더 높이 올려 옷을 붙드는 인영
”이렇게요? “
콰과광
그 순간 한성의 심장이 쿵쾅거리더니 속엣말이 튀어나왔다.
”뭐, 뭐지?”
“뭐가요?”
”아냐, 출발한다 “
”야호!”
인영이 한성의 옷을 붙들고 있을 뿐인데 자전거 페달을 밟는 한성은 구름 위를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