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느는 것
“뻐꾹뻐꾹”
“찌르르르르르”
깜깜한 밤. 창밖에서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성이 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 눈을 번쩍 뜬다.
“아오!”
외마디 소리와 함께 이불을 제치고 일어나 책상 위에 둔 생수병을 들이켠다.
“꼴깍꼴깍”
“캬”
시원하게 물을 마신 한성은 창문을 본다. 가로등이 어스름히 어둠을 밝히고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거미줄 그림자가 흔들린다.
“아 아 아!”
괜히 목을 풀며 이불 위에 눕는 한성
‘말도 안 돼’
다행히 곧바로 잠이 쏟아졌다.
“쾅쾅쾅”
“아저씨!”
철문 두드리는 소리와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잠을 깨웠다.
“인영이?”
한성이 번개같이 일어나 문을 연다. 문 옆에 달린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체크하면서. 문을 열자 보인 건 주인아주머니다.
“아저씨 집에 있었네?”
“아, 주인아주머니! 제가 월세를 안 냈던가요?”
“무슨 소리야, 일 년치 한 번에 다 냈으면서. 또 내게? 나야 좋지만. 감당되겠어요? “
“하하… 그렇죠. 제가 냈죠. “
“물을 좀 아껴 쓰라고, 여기는 서울이랑 달라요. 물이 끊기기도 해요 “
“아침, 저녁으로 샤워하는 것도 안 되나요?”
“여자친구 있어요?”
“네? 아뇨!”
“근데 뭘 두 번씩이나 샤워를 해요. 땀나는 날씨도 아닌데 “
“아, 알겠습니다.”
돌아서며 가는 주인아주머니가 한마디를 흘린다.
“엄청 깔끔시러운가 보네”
철문을 닫고 돌아서던 한성이 거울 속 자신과 눈이 마주친다.
“인영인 줄 안 거야?”
머리를 박박 문지른다.
“미쳤냐?”
시계를 보니 열한 시다. 어제 벗어둔 옷을 다시 입고 집을 나섰다.
“쪼오옥 쪼오옥”
목욕탕을 나오며 빨대 꽂은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한성. 오래간만에 제대로 씻은 것 같아 상쾌하다.
“아저씨?”
계단 아래 인영이 서있다.
“컥”
놀란 한성이 기침을 한다.
“쿨럭쿨럭“
쉰 목소리가 나온다.
“너, 여기서 뭐 해?”
“뭐 하긴요”
“학교 안 가?!”
“저 고3이잖아요. 졸업식 했죠 “
다시 봐도 초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것 같은 인영이 고3이고 졸업식도 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어제 재밌었어요 “
“?”
“자전거 탄 거요. 다음에 또 가요”
“언제?”
미쳤구나! 언제? 지금 애프터 신청하는 거냐?! 한성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걸 애써 태연한 척했다. 인영도 예상 못한 대답이었는지 한성을 바라본다.
“지금 갈까요? “
“지금?”
“시간 돼요?”
한성은 제자리에서 점프하고 싶은 기분을 누르며 팔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그러지 뭐”
“자전거 가져올게요”
“응”
인영이 끌고 온 자전거를 세우고 어제처럼 뒤에 올라탄 채 안장을 두드린다. 자전거에 오른 한성의 옷을 붙잡는 인영. 한성의 심장이 어제처럼 쿵쾅거렸다.
“잘 잡아 “
두 사람이 탄 자전거가 도로를 달리다 골목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아저씨, 근데”
“응?”
“왜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어요?”
인영은 붙잡고 있던 한성의 옷을 흔들며 물었다.
“아저씨 심장 뛰는 게 저한테까지 느껴져요”
한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전거를 탔다. 인영이 뒤에서 무슨 말을 더 하고 있었지만 들을 수 없었다. 기분을 들켰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모른 채 자전거 페달만 밟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