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야 (7)

사랑하면 느는 것

by 싸비

한성은 초조한 얼굴로 아이폰 액정을 들여다봤다. 다섯 시간 후면 인영이 서울로 떠난다. 이대로 다섯 시간만 참으면 되는 것이다.


“똑똑”


“김 선생 들어가도 되지요? “


”네 원장님, 들어오세요”


원장은 의자에 앉아서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자취방은 지낼만한가요? ”


“네, 신경 써주신 덕분에 잘 지냅니다 “


두 사람은 창밖에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고 있었다.


“서울은 하늘 볼 일이 별로 없죠?”


“서울에서도 하늘은 많이 봅니다. 여기만큼 예쁜 하늘은 아니지만 “


”그렇군요 “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을까. 액정을 두드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참는 한성이었다.


”태권도 유단자라고 했죠? “


”네 “


”아무래도 학원을 접고 태권도 학원으로 바꿔야 할 듯해요 “


”네?! “


”김선생이 관장을 맡아줘요 “


”제가 관장을요? “


”지금보다 급여도 두 배는 될 거예요. 생각해 보고 대답해 줘요 “


돌아서 나가던 원장이 말했다.


“오늘 초등학교 소풍날이라 나오는 애들 별로 없을 거야. 내가 있을 테니, 김 선생은 퇴근해요 “


”아닙니다 “


”시내 가서 커피도 마시고 젊은 사람들 오는 거리 같은 데도 좀 가보고 해요”


“감사합니다”


한성은 남방을 손에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른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 몇 군데에 들어갔지만 아직 준비 중이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산책을 하기에는 햇볕이 따가울 것 같았다. 결국 편의점에 들러 주전부리 몇 개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대낮부터 이불 위에 누워 철 지난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쾅쾅”

“아저씨”


한성의 눈이 번쩍 떠진다.


“아저씨 저 인영이에요”


벌떡 일어난 한성이 문을 열었다.


자기 키만 한 캐리어 옆에 선 인영.


“원장 선생님이 아저씨 집에 있을 거라고 주소 알려줬어요”


“이걸 끌고 학원까지 갔다가 온 거야?”


”네 “


”바보야, 전화를 하지 그랬어 “


”전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깐요”


“뭐?”


한성은 굳어있던 심장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인영을 보았다. 말간 얼굴을 하고 한성을 올려다보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스물아홉 한성은 도무지 그려지지 않았다.


“오늘 서울 가는 거야? “


”네 “


”가면 방학 때나 오겠구나 “


”아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밥도 잘 먹고”


“그리고요?”


한성은 인영 앞에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하는 자신을 떠올렸다. 그런 자신의 모습과 인영의 모습이 얼마나 인지부조화로 보이는지 한성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여긴 왜 온 거야?”


한성의 목소리가 차가워져 있었다.


“곧 기차시간 아니야? 지금 나가야 늦지 않게 도착하겠다. 혼자 갈 수 있지?”


한성이 피곤한 기색을 하며 문을 닫으려 했다.


“몸살이 왔나 봐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다음에……”


인영이 캐리어 위에 무릎을 딛고 한성의 목을 잡아끌더니 그대로 입을 맞췄다. 한성의 마른 입술이 인영의 촉촉한 입술에 닿는 순간 한성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키스로 깨우는 왕자가 되어 왜 공주들의 저주가 왕자의 키스를 받아야 사라지는지 납득되었다. 완전히.



눈을 감은 한성의 입술에서 인영의 입술이 떨어졌다.


“맛있다”


한성의 눈이 떠졌다.


“뭐?”


“아저씨 입술에서 맛있는 냄새나요”


한성은 아까 편의점에서 사 온 과자를 먹었던 게 떠올랐다.


“인영아, 너“


”걱정 말아요 아저씨랑 사귈 거 아니니까 “


”뭐? “


”첫 키스는 내가 하고 싶은 사람이랑 하고 싶었거든요 “


”그게 무슨…“


”서울 남자들은 아무 때나 키스한대요. 첫 키스를 이상한 놈이랑 하고 싶진 않으니까 “


인영은 한성의 눈길을 피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니까 “

”이제 갈게요! 안녕~! “


인영이 캐리어를 끌고 가는 소리가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 동안 한성은 그 자리에 굳은 듯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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