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느는 것
서울에 다녀온 뒤로 일주일이 지나갔다. 한성은 미필적 고의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언제 어디서 인영을 보더라도 무감각해지기 위해서다. 행동반경을 학원과 집으로 제한하고 이동할 때는 앞만 보고 걸어갔다. 혹여나 인영이 부르더라도 노래를 듣고 있어서 못 듣고 지나치는 것처럼 보이려고 헤드셋까지 준비했다.
“와라! “
올 테면 오라는 심경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고 금요일이 됐을 때 한성은 인영이를 생각해도 괴롭지 않았다.
학원에 도착해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던 한성은 길건너 신호등 아래 서있는 인영을 보았다. 일주일 동안의 노력 덕분인지 한성의 심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성의 발은 움직일 줄 몰랐고 눈은 인영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꼼짝없이 서서 인영만을 바라봤다. 흡사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이렇게 서서 영원히 인영을 바라보게 되어도 만족할까? 한성은 자문하고 있었다.
“누나!”
인석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인영을 불렀다. 정신이 든 한성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언제 왔어?”
“지금요”
“입학식 잘했어?”
“네”
“너보다 큰 애 없지? “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학교에서 제일 크대요”
“야! 너 내 자전거 어디다 숨겼어?! “
인영이 학원문을 열고 소리쳤다.
”엄마 아빠가 이제 내가 타라고 했어! 중학교 머니까. 누난 서울 갈 거잖아 “
”그때까진 내가 탈 거야! “
”그럼 나는? 학교 걸어서 가라고? “
“공용자전거 타”
“공용자전거 거치대가 중학교 앞에 있는데, 걸어가라는 거잖아”
한성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인영이 서울 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남매.
“내 소원이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거예요 “
한성은 차가운 물이라도 끼얹은 것 같은 기분이 되어서 교실 밖으로 걸어갔다.
”프린트해올게 “
한성은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게 생겼을 때 기분이 이랬을까? 자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