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야 (8)

사랑하면 느는 것

by 싸비

“뚝딱뚝딱”


못질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수건을 목에 두른 한성이 막걸리잔이 찰랑대는 쟁반을 가지고 들어선다.


"더운데 오셔서 시원하게 드시고 하십쇼"


"됐수다. 빨랑 끝내고 집에나 가야지"


"어허? 형! 이거 막걸리야! 언능 이리 와!"


"뭐? 막걸리?!"


낮은 사다리에 올라가 레진을 바르던 박반장이 몸을 돌 려 한성을 본다.


"서울깍쟁이가 웬일이여? 일할 때 술 마시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아, 그땐 제가 고수를 몰라보고 죄송합니다! 해병 선배 님!"


오반장이 막걸리를 한잔 들이키고 잔 주둥이를 닦아 박반장에게 건넨다.


“형, 워매 이거 그냥 막걸리가 아니네, 얼른 마셔 봐”


“막걸리가 막걸리지 아니면 뭐가 아니라는 겨“


“봐라 봐”


오반장이 박반장 눈앞에서 막걸리 잔에 막걸리를 따르는데 살얼름이 된 막걸리가 잔에 턱턱 떨어진다.


자기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는 박반장이 한성과 눈이 마주치더니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웃어버린다.


“아니 서울깍쟁이씨, 이렇게 말이 통할 줄 알았으면 좀 일찍부터 이러지 그랬소? 다 끝나고 마지막 날 되니까 대화가 통하네. 이건 안 통하는 것만 못한…”


오반장이 박반장 얼굴에 막걸리잔을 들이대며 노래를 뽑는다.


“형~! 아무렴~ 안 통하는 것보다 백번은 낫지~요~ 어서 이거 잡솨봐 기가 막힌다니까”


“벌컥벌컥”


“어때? 쥑이지? 쥑이지?”


“크으, 오장육부가 부들부들~”


“부들부들~”


오반장과 박반장이 웃고 떠들며 한 잔 하는 걸 웃으며 바라보던 한성의 눈빛이 아주 잠시 슬퍼 보인다.


<미래 태권도장>


저녁때가 되어 간판에 불이 들어오니 태권도 학원으로 바뀐 실감이 났다.


간판을 올려다보는 한성 곁으로 박반장이 섰다.


“언제 문 여는가?”


“이번 주까지 냄새 좀 빠지고 다음 주부터는 해도 되지 않을까요?”


박반장이 곁눈으로 한성을 째려보더니


“자네 말이야, 내 사위할 생각 없나?”


“네?”


“보면 볼수록 탐난단 말이세”


”이 형은 사위를 방방곡곡에 몇을 두는 겨~ 딸은 인영이 하난데 나중에 감당할 수 있겠어요? “


”감당을 내가 하나? 인영이가 그중에 제일 좋은 사람으로 고르면 되지! 자네 생각은 어뗘? 내 말이 틀려? “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가 다가왔다.


”한성아 “


“어? 일찍 왔네. 늦는다더니?”


”늦으면 달아날까 봐 “


그녀는 한 손으로 한성의 어깨를 쓸어내렸다.


”험험 “


박반장이 헛기침을 하자 한성이 지갑 안에서 명함을 꺼내며 말했다.


”여기 계좌로 잔금 보내겠습니다 “


”어허! “


한성의 손을 막는 반반장


”그건 여기 주인이 내야지 왜 서울깍쟁이가 내? “


”제가 먼저 드리고 원장님께 받으면…“


”세상 그렇게 살지 말게 “


”너무 똑바로 살면 우리 딸 고생이나 시키지, 자넨 사윗감 탈락! “


”얼쑤“ 오반장이 추임새를 넣는다.


웃으며 박반장과 오반장을 배웅하는 한성. 계단을 오르다 힘이 빠져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는다.


또각또각


위에서 보던 혜정이 계단을 내려온다. 한성의 가슴에 손을 올리는 혜정. 한성이 눈을 뜬다.


“혜정아, 그날 일은…”


“알아. 너 그날 제정신 아니었던 거”


한성이 다시 눈을 감았다.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친구를 잃고 여자친구를 얻는 건?”


혜정이 한성의 볼에 입을 맞췄다.


한성이 눈을 뜨고 혜정을 바라봤다.


“혜정아”


혜정은 말없이 한성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





”바보“


혜정은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다. 혜정의 구두소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한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순간 인영이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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