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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Nov 24. 2018

기획은 일상 속 습관에서 나온다.

<기획자의 습관>을 읽고

우리 모두 일상에서 기획을 하며 살아간다. 의아해 할 수도 있으나 사실 기획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쉽게 말해, '어떻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기획이다. 우리는 연인과의 데이트를 기획하고, 친구와의 여행을 기획하고, 부모님께 걸리지 않고 외박을 할 방법을 기획한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기획의 연속인 것이다.


우리의 삶을 이루는 연속적인 기획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기획은 언제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한 것이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이 기획의 본질이다. 


답은 여기에 있다. 


작은 차이를 만드는 습관, 그것이 더 나은 기획으로 우리를 이끈다.


관찰

좋은 기획을 위한 일상 속 첫 번째 습관은 '관찰'이다. 예를 들면 여자친구의 헤어스타일 변화를 감지하고 '머리 이쁘네~!'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자주 걷던 길에 들어서 붕어빵 포장마차를 보며 겨울이 오는 걸 직감하는 것. 이런 일상적인 행위가 모두 관찰이다.


관찰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변화의 지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그대로 있고, 무엇이 변화했는지 파악해내는 '관심'과 익숙한 풍경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살필 줄 아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정리

관찰을 통해 바라본 세계에서 보고 깨달은 것들을 정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들을 보고 느끼더라도 그 내용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이때 정보들은 각자 다른 중요도와 맥락을 가지며, 각 정보가 가리키는 방향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많고 많은 정보들은 정리할 때는 특정한 관점으로 정리해야만 한다.


요약, 정리해서 부분적인 인사이트를 추출해두지 않으면 먼저 내 머릿속에서 기획의 방향을 세우기 어렵다. 기획과 관련된 작은 대화라도 빠짐없이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금방 경험하고 취득한 정보는 내 머리에 오래 남을 것 같지만, 착각이다. 


자신의 머리를 과신하지 말고 정리하라.


공부와 독서

새로운 기획을 위해서는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Output을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Input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현상, 무언가 새로운 말할 거리가 계속 있어야 한다. 그 새로운 것은 미래의 것이든, 과거의 것이든 상관없다. 지금의 현상과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윤 창출'이라고 손쉽게 답한다. 하지만 Company(기업)이 라틴어 'com(함께, 공동의)'과 'panis(빵)'의 합성어임을 아는 사람은 '기업 = 빵을 함께 키워 나눠먹는 공동체'라는 정의를 얻을 수 있다. 라틴어를 통해 얻은 이런 관점은 이윤을 위한 '성장'에만 머물지 않고 '분배'로도 확장된다.


책은 우리의 공부를 돕는다. 책으로부터 도움을 받기 위해선 일단 책과 친해져야 한다. 읽히지 않으면 읽지 말고 그냥 쉬거나 다른 책을 읽어도 좋다. 모든 책을 완독 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책을 읽을 때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두 아들에게 "뜻도 의미도 모르면서 그냥 책만 읽는다고 해서 독서를 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고 제대로 사색할 줄 아는 힘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대화

대화가 없으면 공부를 발전시키기 어렵다. 대다수는 자기 프레임 내에서 상대의 말을 해독하려 한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생대가 어떠한 지식 프레임 내에서 말하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대화는 상대를 읽는 공부인 것이다. 상대가 가진 지식을 공부하고, 내 지식과 견주어본다. 그리고 부족한 것을 나은 것과 구별해본다.


이때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모두가 말만 하면 어떻게 될까. 누군가가 말을 하면 누군가는 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말을 잘하는 그 사람도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해야만 잘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드는 것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상대의 말을 상대의 맥락에서 먼저 파악한 것. 그리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보는 것. 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표현

전문가가 되려면 단지 많으 읽고 '들어본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들어서 아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들어본 적 있다'는 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들어본 적 있는 것'은 '내 지식'이 아니다. 진짜 내 지식이 되려면,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무언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획자의 절반은 '학습'이지만, 학습을 완성시키고 오래 유지시키는 또 다른 절반은 '표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명확히 하는 데에는 제대로 완성된 글만큼 좋은 건 없다. 요약문은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기만 해도 완성할 수 있지만 논리의 흐름과 지식의 관계를 보기가 쉽지 않다. 반면 완성형을 글을 쓰면 지식과 지식의 관계, 그리고 논리의 흐름을 기술하게 되어 생각이 더욱 분명해진다.


가급적 모든 글은 마침표로 끝나는 완성된 문장으로 적어야 한다. 문장으로 완성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글은 절대 늘지 않는다. 문장으로 완성해야만 문장들 간의 논리나 위계를 설계하고 그러한 위계의 흐름 속에서 관점의 기획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Why'와 'What if~'

자기가 하는 일 자체에 '왜'를 질문하는 것은 자기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과 같다. 때론 업의 본질을 정의하는 문제와 일맥상통한다.

볼보의 Safety

디즈니랜드는 '마법 Magic'을 선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볼보는 '안전 Safety'의 가치를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알리바바는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평등한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 기업은 '공평 Equity'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왜'라는 질문은 기업의 본질이자, 경영 철학이며, 기업 운영의 근본 원리에 해당한다. '왜'에 대한 대답은 오랜 지속가능성을 위한 일종의 철학적 태도이다.


그렇지만 당장 경쟁사가 1,000원을 할인해서 판매에 타격이 생길 것 같은데 한량처럼 앉아 업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쫓겨나기 십상이다. 현실적인 문제는 현실적인 접근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럴 땐 '왜 Why'라는 관점보다, 'What if ~면 어떨까'라는 관점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보아야 한다.


가령, 경쟁사가 가격을 내렸을 때의 What if를 떠올려본다면:


'나는 1,100원을 내리면 어떨까?'

'가격을 더 올리고, 서비스를 강화하면 어떨까?'

'가격은 유지하고 디자인을 더욱 멋지게 하면 어떨까?'


와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만일 당장 시급한 마케팅적 차원의 전술을 고민해야 할 때의 경우 'What if~'는 효과적이다.


이상으로 기획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상 속의 습관에 대해 살펴보았다.


요약해보면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관찰, 관찰을 통해 알게 된 것들에 대한 정리를 통한 인사이트 도출, 새로운 기획을 위한 새로운 것들에 대한 공부와 독서, 다른 사람의 견해와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경청하는 대화,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완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나의 생각과 관점의 표현, 마지막으로 기획에서 중요한 두 가지 'Why'와 'What if~'라는 질문을 습관화한다면 더 나은 기획, 더 멋진 기획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어제의 기획이 오늘의 기획으로, 오늘의 기획은 내일의 기획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린 언제나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며 당장 필요한 것은 '현재화된 기획'이라는 사실이다. 기획의 현재를 논하며 현재화된 기획을 공유하는 것은 기획자의 중요한 책무다. 기획은 신체와 인식을 얽어매는 온갖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쇠사슬을 끊고, 모든 획일화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는 일이다.


기획이 어려운가? 그렇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과 그 안에서의 작은 습관만 있으면 된다.


참고 서적

<기획자의 습관>, 최창순, 홍익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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