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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Oct 22. 2018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맘마, 나의 첫 번째 프로젝트

지금은 군인 신분인 나는 혼자 생각할 여유가 많다. 터무니없는 잡생각부터 시작해서 인생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고민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추억에 대한 회상이다. 주로 내가 원해서 했었던 것들, 과거에 즐거웠던 것들 그리고 힘들었지만 많이 배웠던 것들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대개는 '많은 걸 배웠었지...', "그땐 참 잘 나갔었는데..."와 같은 추억 회상과 자아도취가 뒤섞인 현실도피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생각나는 건 2016년도 하반기에 진행한 나의 첫 번째 프로젝트 '맘마'이다. '맘마'는 연합동아리 내에서 이루어졌고, 내가 기획자이자 PM(Project Manager)로 참여했던 프로젝트이다. 20대의 절반이 지난 지금, 과거를 돌아봤을 때 내 자신이 가장 빛나면서도 많은 것을 얻어간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의 내용은 '맘마'라는 프로젝트의 진행과정과 그 속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주를 이룰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공개적인 블로그에 이러한 글을 쓰는 주된 이유는 나의 추억에 대해 회상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글을 보고, 무의미한 대학생활보다는 활기차고 많은 것을 얻어가는 대학생활을 했으면 하는 게 부차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프로젝트의 발판을 찾다.


연합 IT 벤처 창업 동아리, SOPT


본격적으로 맘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SOPT라는 동아리에 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SOPT는 대학생 연합 IT 벤처 창업 동아리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각각 파트별 세미나를 진행한다. 약 8회 정도의 세미나가 모두 끝나면 기획자가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디자이너와 팀빌딩을 하게 된다.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구체화를 시킨 후, 데모데이라는 행사를 통해 발전된 아이디어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다. 데모데이에서 발표를 본 개발자들과의 마지막 팀빌딩을 진행한다.(잔인하지만 이때 선택의 순간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데모데이가 종료되고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팀을 이루어서 2주간의 개발과정을 통해 프로토타입의 앱을 만들어낸다. 최종적으로 앱잼이라는 행사에서 최종적으로 결과물과 사업계획을 발표한다.(자세한 내용은 SOPT 홈페이지 참고)

SOPT 동아리 홈페이지


맘마도 이와 같이 SOPT에서 진행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초기 아이디어는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로 고생하던 나를 위해 음식 성분 하나하나 따져가며 고르던 엄마가 기억이 나서 불현듯 떠올랐다. 정말 보잘것없던, 그저 스쳐 지나갈 법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나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게 된 데에는 SOPT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때 얻은 경험들은 이후 나의 삶과 진로에 큰 영향을 줬을 정도로 나에겐 큰 의미가 있는 동아리였다.


맘마에 대한 설명


맘마는 그저 그런 대학생이었던 내가 처음으로 창조해낸 것이다. 단순히 머릿속에서 '있으면 좋을 것 같네'라는 생각에서 끝난 게 아니라 자료를 조사하고,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앱을 만들어 낸 실체가 있는 것이었다. 단순히 만들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남들 앞에서 발표하여 나의 아이디어와 제품을 뽐내야만 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나에겐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가슴 뛰는 일이기도 했다.



#무엇을 얻었는가


어찌 보면 나도 신기했다. 23살의 청년이 부모와 아이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만들겠다니. 그래도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고,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왔었다. 무모함과 패기로 무장했던 23살의 내가 얻은 것은 경험을 통해 얻은 몇 가지 인사이트다.


1) 모르는 건 발로 뛰어서 알아낸다.


처음의 아이디어는 단순히 가정에 불과했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먹는 분유의 성분을 모두 알고 싶을 거야.'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23살의 청년이 부모의 마음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나는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가장 빠른 시일에 0~2세 영아의 부모님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나 행사를 물색했고, 맘앤베이비 엑스포에 무작정 찾아갔다.

맘앤베이비 엑스포


맘앤베이비 엑스포에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나의 서비스가 실제로 부모님들이 사용하게 될 경우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부모님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열에 아홉은 퇴짜를 놓는 상황에서도 나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수많은 부모님들 중에서 인터뷰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결국 약 40명의 부모님들과 10~20분가량의 인터뷰를 했다. 아이디어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었고, 추가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도움이 된 정보들]
① 성분에 대한 정보는 많은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② 부모님들은 객관적인 성분 정보도 중요하나, 다른 부모님들의 의견에 민감하다.
③ 아이의 신체적 특성(아토피, 잦은 구토, 설사 등)에 따라 선호하는 것이 다를 수 있으니, 분류가 필요하다.
④ 보통 부모님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찾을 때 한 손으로는 아이를 붙잡고 있기 때문에,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UI를 선호한다.


맘마의 UI 컨셉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팀원들과 협의했고, 우리의 핵심 기능과 부가기능 그리고 UI  컨셉을 잡아갈 수 있었다. 또한 당시 얻었던 자료는 린캔버스, IA(Information Architecture), 와이어프레임, 스토리보드 등을 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맘마의 디자인 컨셉)



2) 부족한 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메꾼다.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이 절반쯤 지났을 때였다. 처음에는 생각도 못했던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신뢰도 있는 성분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분유의 성분과 제품의 수가 너무 많았다.


초기에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을 거라고 여겼던 부분도 단순히 아이디어를 넘어서니 디자인과 개발적인 측면에서의 문제가 발생했다. 성분 정보는 단순히 어딘가에 있겠거니 하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또한 알고 보니 분유는 같은 종류의 분유라 할지라도 아이의 개월 수에 맞게 단계가 나뉘어있었다.


그러나 이때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끔 만든 무모함이었다. 성분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대학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물어보고, 식품학 전공서적을 들여다보고, 영문으로 된 논문을 뒤져가며 성분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찾아내었다. 앱이 완성될 때쯤 성분에 대한 효능과 부작용과 같은 데이터의 약 90%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각각의 제품과 단계에 따라 필요한 성분과 함유량 그리고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개발이 마무리되기 전에 확보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언제나 나에게 포기를 생각하게 만들었었다. 과연 이걸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해나갈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수록 그 뿌듯함이 커져만 갔다. 처음 접하는 분야였지만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맘마의 두 가지 핵심 기능



3) 실패에서 배운다.


동아리를 하면서 대부분은 시간은 마냥 좋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성장해나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계에 부딪힌 적이 있다.


당시 디자이너와 팀빌딩을 위해 디자이너들 앞에서 그동안 준비해온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발표를 하면서 너무 긴장한 탓인지, 준비를 대충 한 건지 말을 엄청 더듬었다. 다행히도 내 아이디어를 좋게 봐준 능력 있는 디자이너들과 팀빌딩이 이루어졌지만, 당시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실망했다. 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좌절감을 맛보았다.


나는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진 지금도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입장이 되면 다리부터 떨리기 시작한다. 온몸에 긴장감이 흐르고, 손에 땀이 나며, 목이 잠기며, 다리가 떨린다. 하물며 청중 앞에서 제대로 된 발표를 처음 하던 당시에는 더욱 심했다.


그렇지만 실수를 한 것에 대한 변명거리는 되지 못했다.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준비 부족이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실수였다.


디자이너와 팀빌딩 이후에 개발자와의 팀빌딩과 최종 발표라는 두 번의 큰 발표가 남아있었다.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발표 내용을 계속해서 보완해나갔다. 무대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해 수없이 연습하고 내 자신의 발표 모습을 찍어보고 녹음해보았다. 그리고 잘못된 부분들을 하나씩 고쳐나갔다.


구글캠퍼스에서의 발표


실패를 통해 내가 배운건 남들에게 보여지는 멋진 모습 뒤에는 많은 노력이 뒤따른다는 사실이다. 발표에서의 재치와 짜임새 있는 구성은 수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멋지게 발표를 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최종 발표에서는 외부 심사위원과 100명이 넘는 청중들이 보고 있었음에도 완벽하게 준비가 되니 긴장감도 두려움도 사라졌다. 발표의 짜임새와 완성도마저 높아졌다. 최종 발표가 끝나고 "발표 실력이 많이 늘었다!", "발표 정말 잘한다!"와 같은 칭찬 섞인 말을 많이 들었다.


아마도 발표능력이 향상된 것은 내가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것 중에서 가장 뿌듯한 성과가 아닌가 싶다. 뭔가 나 자신의 성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실패는 언제나 기회가 된다.'라는 격언이었다.



4) 결국 남는 건 실력과 사람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마지막 발표를 끝으로 나의 프로젝트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후 창업을 준비하긴 했지만 나 스스로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에 3개월가량 진행하다 그만두었다.


당시에 선배 창업자들을 찾아뵙고 그들의 인사이트를 전수받고자 했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통해 창업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찾아가 실패의 원인을 묻기도 했다. 그러나 과정이 길어질수록 제품과 서비스의 질보다는 창업경진대회나 국가지원금 등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 더 컸던 것 같다. 리디자인을 통해 콘셉트부터 재정의하고 더 내실 있는 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기획적인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 창업이라는 역경을 이겨내기에 아직은 내 자신이 준비가 덜 되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만두었다.


3개월 간의 프로젝트와 추가적인 3개월간의 창업 과정을 통해 느낀 건 결국 여정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은 나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실력은 내가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여정 속에서 배우려는 자세와 의지만 있다면 실패 뒤에도 남는 건 결국엔 나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실력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여정 자체가 보상이었다.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 스티브 잡스 -


마지막으로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나에게 남겨진 것들 중에 가장 아끼는 것은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했던 사람들이다. 실력은 당연하고 인성마저도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한없이 존경스러운 사람들이다. 프로젝트 과정과 창업 준비과정에서 서운한 것도, 미안한 것도 많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남은 건 결국 사람이다.


맘마 팀원들

#글을 마치며


사실 내가 해낸 것은 보잘것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누구나 약간의 도움을 받아 일정 수준의 노력만 투자한다면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나 또한 그랬다. 동아리를 시작하기 전까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한없이 헤맸다. 그래서  찾아본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과 성공기는 나에겐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아직 두 발로 걷지도 못하는데 하늘을 날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듯했다.


아직 헤매고 있는 누군가가 나의 프로젝트 경험담을 듣는다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건 없다. 첫 발을 내딛기 위해 도움이 될 발판을 찾고, 무모하게 첫 발을 내딛기만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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