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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모리 Jul 28. 2021

마흔 전에 평생 쓸 돈을 벌 거야.

[출간 전 연재] 5평이라는 실험적인 공간



“독방 밀실에서 1년 버티면 10억”

“2년 살 테니까 20억 줘”


이렇게 먼지가 못 받은 돈만 100억이 될 것이다. 그런 독방에서 1년 살기는 가상실험이 아니라 서울 1인 가구의 일상이라나. 맞다. 먼지는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에 암막 커튼을 치고 산다. 반지하인데 햇빛이 잘 드나 봐? 그럴 리가. 바깥의 빛을 가리는 게 아니라 집 안의 빛이 밖에서 보이지 않게 차단하는 용도다. 복권 당첨되면 뭐 할 거냐는 상상보다 더한 시시껄렁한 ‘폰실험’에도 먼지는 진지하다. 어지간한 밸런스로는 무조건 오케이다.


상상 삼 종 세트가 있다. ‘복권 당첨되면 뭐 할 거야?’, ‘만약~ 하면 10억 줄 건데 할 거야?’, ‘10년 후에는 뭐 하고 있을 거야?’ 상상 삼 종 세트는 컨디션과 욕망에 따라 다른 대답이 나온다. 다만 ‘10년 후’ 얘기는 얼추 답이 정해져 있다. 우리 중엔 먼지가 돈을 제일 많이 벌었을 것이고, 그래야 한다고.


나는 친구들에 비해 일찍 취업한 편이다. 요즘 시대에 취업에 필요한 것들을 나열하자면 숨이 턱 막힌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것을 다들 하고 있다.


나는 취미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취업도 당장의 보상을 원했다. 더 준비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지금 돈을 벌고 싶었다. 스펙을 쌓기 위해 기다리고 견디고 일찍 일어나고 하는 것들을 도무지 해내고 싶지 않았다. 졸업하려면 토익 850점이 있어야 했다. 그 시험이 싫어 논문을 써서 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회사에 영어성적은 아주 조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쿨한’ 회사에 가겠다고 다짐하면서.


영어성적이 필요 없는 회사에 가겠다는 마음은 돈을 적게 벌더라도 괜찮다는 마음과 연결되어 있었다. 당시 어렸던 나는 재밌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중요한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소금물의 농도 따위를 구하는 채용시험은 사람을 뽑기 위하는 과정이 아니라, 명백히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하는 과정이지 않은가.


졸업 전 얼레벌레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주변에선 말렸고, 썩 부러워하진 않았다. “걔처럼 되진 말아야지”의 ‘걔’를 맡은 정도랄까.


내 첫 회사는 아주 쿨하고 멋진 회사였다. 나도 쿨하고 멋진 회사원이 된 것 같아 신용카드를 바로 만들었다. 당시 YOLO(You Only Live Once. 당신의 인생은 한 번뿐)가 어디에서나 보였는데 나는 욜로를 우습다고 생각하면서 욜로처럼 살았다. 1년은 돈 안 모으고 재밌게 살아야지 했던 마음이 1년으로 끝나지 않았다. 3년 뒤 가난한 백수가 됐다.


먼지는 한 번의 정규직과 18개월의 인턴을 거쳐 “걔 거기 갔대, 잘됐다”는 ‘걔’가 됐다. 나는 먼지를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자낳괴라고 부른다. 다른 누군가는 핸드메이드 귀걸이 스토어 SOLACE 대표, 우주먼지정거장 블로그 주인, 친환경 생필품 스토어 무해상점 대표, 회사에서는 사원 먼지님으로 부른다. 모두 먼지의 ‘부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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