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고
친한 형이랑 오랜만에 만나, 야외 테라스에서 와인 한 병을 마셨다. 키안티 와인이었는데, 주인장 아저씨가 14.5도를 손으로 가리키며 좋은 거라고 이야기했다. 도수와 와인의 품질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러려니 하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10월 말이었으니 꽤나 추웠는데 레드 와인의 온기를 안고 우리는 쉼 없이 이야기를 뱉었다. 진로나 미래 계획 따위의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엔 여자 이야기로 빠졌다. 사내놈들이 만나며 8할은 여자 이야기로 흘러간다.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엔 ‘ 어떤 여자가 좋냐’로 시작했다가’ 어떤 여자와 오래 만날 수 있냐’로 흘러갔다. 이 두 물음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형한테 내가 물어본 질문이었지만 내가 먼저 대답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 확고하다. ‘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사람 ‘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순응처럼 들리기도 한다. “ 어떻게 하면 오래 살아?”라는 질문에 “오래 안 죽으면 되지. “라고 대답한 것과 똑같은 맥락이니깐. 하지만 이에 대한 내 변명은, 다시 와인 한 모금을 머금고 시작됐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는 첫 만남에 대해 말했다. 그러니깐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의 상태. 그 사람이 가장 낯설 때, 우리는 그에게 흥미를 느끼고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한테는 이러한 상태가 꽤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 사람의 세계가 궁금한 상태. 다시 말해, 안 질리는 사람은 곧, 끊임없이 궁금한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가 있다. Stranger에서, Closer가 되는 순간 사랑이라는 불씨는 이기적 이게도 점 점 꺼져간다. 누군가와 가까이하고 싶어서 우리는 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우리를 끝이 나게 만든다. 누군가는 그 사람이 “ 예측 가능한 상태 “ 일 때,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겠으나 나는 정확히 반대다. 그 사람이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오면 나는 그녀를 결국 질려할 테다. 쉽게 말하면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것은 ‘ 편함 ‘ 과 ‘ 설렘 ‘ 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어떤 대상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냐, 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 사람이 여전히 매력적이어야, 우리는 관계를 오래 이어갈 수 있지 않겠냐, 하는 게 나의 입장이다.
사실 이는 누군가가 듣기에 매우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 내가 질리지 않기 위해 너는 계속해서 매력적이어야 해. “라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깐. 이에 대한 변명은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 본질이 이기적이지 않은가. 이 영화에서 ‘ 댄 ‘ 이 ‘ 앨리스 ‘ 를 두고, ‘ 안나 ‘와 사랑에 빠진 것과 같은 이유이다. 댄에게 앨리스는 closer가 되었다. 아마도 그에게 그녀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었을 것이며, 초반에 그녀의 세계가 한껏 보여주던 신비성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일 것이다. 그런 그의 세상에, 새로운 stranger가 등장한다. 그게 안나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게 설계되어 있다. 낯선 그녀에게 끌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이끌림이었지 않겠나. 하지만 이렇다고 한다면, 우리 모두 바람을 피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와 평생을 만나기도, 결혼이라는 서약을 맹세하기도 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앨리스가 댄에게 말한 것처럼 결국 이 모든 것이 선택이니깐. 안나에게 끌렸어도, 그것을 거부하고 여전히 앨리스를 선택한다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하지만, 댄은 그 선택지를 선택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누군가와 오래 만나는 것은 끊임없는 선택이거나, 혹은 선택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 둘 중 하나이다. 내가 피력하는 입장이 후자이다. 앨리스가 여전히 댄에게 stranger였다면, 그녀가 그에게 변하지 않는 최선이라면 안나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의 선택지 일 때 우리는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다. 사랑은 stranger에서 시작해, closer로 가는 것이지만, stanger로 오래 남아야 그 불꽃은 오래 타오른다. 나는 영원히 너에게 미지의 존재이고 싶다. 너는 나를 평생에 거쳐도 모를 것이고, 나 또한 그렇다. 이런 나를 언젠가는 네가 이해해 주길. 왜냐하면 우린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해서 끝나게 되니깐. 사랑은 결국 허상이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다. 몇 가지 말들은 들리지만 그걸로는 사랑을 알 수 없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솔직해질 때 상대방에게 가장 잔인해진다. 그렇기에 가끔은 거짓말도 필요하다. 다만 우리가 다르다는 사실이 결국 우리를 구원에 이르게 하는 길이길. 영원한 타인이라는 사실이, 영원히 서로를 알아가는 길이길. 사랑을 만질 수 없다는 사실이 그것에 대해 다양하게 표현해 보는 길이길. 우리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진실한가, 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이냐, 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