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g가 넘는 배낭과 함께 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내 생애 최초로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내 생애 최초의 제일 오랜기간동안의 여행은 베이징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하는 세계 여행도 아니고 단지 한 나라의 여러 도시를 한 달여의 시간동안 여행을 하는 것 뿐이지만, 이 여행이 시작되기 전까지 수반되었던 쉽지 않았던 결정들은 적어도 나에게는 이 여행을 세계 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가치로 만들어주었다.
더불어 뭔가 생애 최초로 시도하는 일을 하고, 그리고 내 의지로 계획한 일의 시작점에 서 있다는 것의 대한 흥분은, 내가 왜 이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이 여행에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의 여행을 하기 시작하기 전에 수없이 던졌던 질문과 그리고 당분간 직업이 없다든지, 나이 등에 대한 나의 현실적인 여러 요건들을 잊게 만들어주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자연인의 '나'라는 사람만이 남았을 뿐이다. 오늘 어디를 가서 무엇을 봐야하지? 혹은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까? 라는 적당히 가벼운 고민만 하면 될 뿐이고, 어떤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배낭을 짊어지고 훌훌 떠나버리면 될 뿐이니,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경우는 참지 않아도 그만이다. 여행은 오롯이 내 감정이 우선시되지만, 그렇다고 그 것이 이기적이 될 수 없는 특수한 경험공간이니까.
베이징을 처음 방문했던 때는 대략 15년쯤으로 대학생이였을 당시, 한 친구가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했을 때였는데, 그 틈을 타서 천진, 베이징, 서안, 낙양 등의 도시를 약 2주간 여행을 했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핸드폰이 있었던 것도 아니여서, 내 여행의 기록이 쉽지 않아 정확한 여행경로는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지 않고, 막연하게나마 내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그때는 기록의 중요성보다는 다른 나라에 있는 내 친구를 만난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었고, 새로운 세상을 체험한다는 것에 집중되어 분명히 중국을 여행했지만, 구체적으로 남아있는 기억은 중국의 랜드마크를 방문했다는 정도이니 정말 민망한 기억의 편린이다. 그리고 집 어딘가에 숨어있을 현상된 필름사진들이 15년쯤의 중국여행의 증거가 되어주고 있다.
15년만의 중국 여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베이징을 시작으로, 시안, 청두, 충칭, 쿤밍 등의 큰 도시들을 방문해서겪게 될 한 달여의 시간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또 과연 이 여행의 계획은 무리하게 세운것은 아닌지, 그래서 계획한대로 잘 마무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부터 누구를 만나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그래서 그 시간들은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혹은 그것들이 당장 어떤 의미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경험들은 내 안에 축척되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등에 대한 생각과 흥분으로 그렇게 '중국 도시 여행'은 시작되었다.
인민의 광장, 인민의 수도
베이징 천안문광장
중국은 사회주의를 표방한 국가이지만,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차용하고 있고, 구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사이트의 사용은 불가하지만 여행에 있어서는 제법 자유로운 곳이다. 물론 티벳과 같은 아주 민감한 지역들의 여행은 쉽사리 허용되지 않지만 말이다. 이번 '중국 도시 여행'을 통해 나름 중국의 큰 도시를 여행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은 어디서나 도시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민광장人民广场 혹은 인민공원人民公园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민광장, 인민공원에서 마오쩌뚱의 발견은 필수요소이다.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곳곳에 사회주의와 관련된 여러 구호들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특히나 인민人民 두 글자의 사용은 아주 빈번하다. people로 번역되는 인민은 people's squre, people's hospital, people's park 등 아주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어, 중국에 있어 '인민'의 의미는 그들의 거대한 사회의식의 저변에 깔린 아주 중요한 개념일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인,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인민광장으로 가보자. 14억명의 수도답게, 베이징의 광장은 이름부터 남다르다. 그 이름도 유명한 천안문광장天安门广场.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중국의 중심, 천안문광장이였다.
천안문광장을 가까이서 구경하기 위해서는 보안검사는 필수로 마쳐야한다. 물론 중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보안검사를 절대 귀찮아해서도 안되고, 친숙해져야만 한다. 하물며 지하철을 탈때에도 보안검사는 반드시 거쳐야하니, 이 절차를 귀찮아하거나 혹은 의문을 제기하는 자에게 중국여행은 허락되지 않는다. 필수불가결한 이 보안검사는 나에게 있어 10kg가 넘는 배낭을 풀었다 내렸다하는 등의 성가진 절차가 되어, 기차시간에 쫓기거나 등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는 분노마저 느끼게해주었던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천안문광장을 둘러보기 위한 필수요소, 보안검사
늦은 오후에 찾아간 천안문광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천안문을 등지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고는 어느 순간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사뭇 추운 날씨에도 굳건하게 서 있었고, 제복을 입은 사람들도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처럼 보여, 과연 무슨일이 준비되고 있는 것인가 궁금했던 찰나, 바로 옆에 서 있던 중국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거냐고 물어봤더니, 국기하강식이 5시30분부터 시작이 된다는 것이였다. 그러고는 자기는 이 것을 보기 위해서 다른 지방에서 왔다고 했다. 정확시 5시 30분부터 시작한 국기하강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아주 짧게 진행이 되었다. 이 짧은 순간을 보기 위해서 그 많은 사람들은 싸늘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고,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배양하는 순간은 그렇게 하루에 두번 국기게양식과 국기하강식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국기하강식을 준비하는 모습
여행의 새로운 경험, 그렇게 만난 사람들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를 해보는 것들이 몇 개 있다. 오랜시간동안 로망이였던 배낭을 매고 여행을 해보는 것, 제일 장기간 혼자 여행을 해보는 것, 그리고 'couchsurfing'을 통해서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집에서 숙박을 해보는 것. 어찌보면 가난한 여행을 시도해보는 것이, 다음에 또 언제 주어질지 모르고, 더 나이가 들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집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 여행에서 시도해보기로 했다.
'카우치써핑' 여행자들을 만나서 서울구경을 시켜준 적이 있으나, 얼굴도 모르는 여행자에게 숙박을 제공하거나 혹은 내가 다른이의 집에서 숙박을 해본적은 없고, 다만 내가 서울구경을 시켜준 그들에게 들은 '카우칭써핑'의 이야기로 간접 경험만 해봤을 뿐이다. 모든 것은 부정적, 긍정적인 양쪽 두 개의 면이 모두 있을 터이지만, 잘만 이용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기에 충분할 것 같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내가 알지 못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긍정적인 코멘트가 많이 달린 사람들을 중심으로 호스트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혹은 나에게 먼저 게스트를 제안한 사람들의 코멘트도 유념해서 살펴보았다. 베이징에서 5박을 하기 때문에, 최종 2군데의 중국인의 집에서 숙박하기로 결정을 했다.
첫번째 host의 집은 두 개의 방이 있는 조그마한 아파트로 룸메이트와 두 명이 살고 있었고, 내가 쉴 수 있는 여분의 방은 없어서 거실에서 숙박을 해야했지만, 워낙 host의 평가가 좋아서 그 곳에 3박을 하기로 결정했고, 나머지 집은 host쪽에서 나에게 먼저 게스트로 제안을 했는데, 남겨진 평가가 전무했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내가 머무를 곳의 방 등의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무리없이 응해주었고, 자신의 남편과 아이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까지 보내준 터라 안심할 수 있겠다 싶어서 결정을 했다.
새로운 경험의 시도는 언제나 위험요소가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여행의 방식은 아무런 탈없이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해주었고, 다행히도 정말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적절하게 선택해서 얻은 경험이였다고 생각한다.
일면식도 없는 여행자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 나의 공통분모를 찾아보자면,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 여행이 여의치않다면 여행자를 내 공간에 끌여들여 여행의 간접체험을 해보는 것에 개의치않다는 것, 나의 경험과 다른 사람의 경험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기꺼이 즐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기에 나는 그들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받고,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 3박을 했던 나의 첫번째 숙박장소
host들과 함께 나눈 많은 대화 등을 통해서 중국 젊은이들의 시각을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어서 내게는 좋은 시간이였다. 그들 자신이 중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중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사람들은 어떠한지, 그리고 중국정치에 대해 여러가지 민감한 상황들에 대한 생각들, 혹은 한 사람의 남편이자 엄마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가치관은 어떠한지에 대해 잠시나마 필터링없이 얘기할 수 있었던 순간들은 이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이야기거리들을 제공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