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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Jan 08. 2020

1.[베이징,北京] 사람사는 냄새, 후통

50일 중국여행의 기록_베이징


대륙의 객잔 ep11

사람사는 냄새나는 곳, 후통





후통胡同이 뭐야?


중국 도시 여행의 시작점, 베이징에 처음 도착한 날, 날씨는 꽤 쌀쌀했지만, 파란하늘을 볼 수 있는 좋은 날씨였다. courchsurfing을 통해서 알게 된 host가 보내준 주소를 바이두에 입력해서 12kg가 되는 배낭을 짊어지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찾아갔다.


중국어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고, 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어로 된 주소를 가지고, host의 집을 찾아가는데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host 집에 도착했을 때,

내가 직접 마중을 나가지 않고, 우리집을 한번에 찾아온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이 말을 들었을 때, 이번 여행의 시작이 좋음을 느꼈다. 사실 혼자 중국 도시 여행을 하는 것이, 내심 두렵고 겁이 나기도 했었는데, host의 그 한 마디는 좋은 출발의 신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국 여행을 하기전에 메세지로만 서로 소통을 했던 터라, 직접 얼굴을 대면하기는 처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번 여행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고, host의 집에 도착한 것이 늦은 오후여서, 남은 그 날의 오후 시간을 어디서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더니 '후통'을 가보라고 권해주었다.


'후통'이라는 단어는 중국어 교재에 '루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잠깐 언급이 되어서 낯선 단어는 아니였지만 정확히 후통의 개념은 모르고 있었다.


후에 알게된 '후통'은 골목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옛 중국인들의 거주 형태로, 여전히 현지인들의 거주생활을 엿볼 수 있어 최근에는 관광지로 개발되어 베이징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리는 곳이다.



후통은 베이징의 한 곳에만 형성되어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베이징의 여러 군데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후통은 난뤄구샹南锣鼓巷, 우다오잉五道营 정도가 있는데, 관광지로 개발이 된 만큼 현지인들의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 외에, 예쁜 카페 등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함께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조금은 쌀쌀한 공기였지만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찾아간 host의 집 근처의 후통을 걷는 시간은 잠깐이나마 후통이 어떤 곳인지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이 날 방문했던 후통은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아서, 길가에 모여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들의 모습도 유심히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사람손이 닿지않도록 햇볕좋은 곳에 무언가를 말리기도 하는 등의 사람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도 좋았던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혼자서 대륙의 도시들을 여행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되었지만, 후통을 걷는 시간과 함께 나의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후통은 소형차의 천국


후에 방문했던 후통은 전문前门 근처에 위치한 곳으로 자금성과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자금성과 전문대가를 한번에 방문할 수 있어서, 하루 코스 혹은 반나절 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북경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금성 주위로 후통이 형성되어 있고, 자금성과 후통 주위에는 큰 건물들이 들어서 있지 않아서 모든 건물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대도시라고 하면, 높은 건물들과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연상하기 쉽지만, 베이징의 중심은 그와 정반대이다. 이 큰 대륙의 수도의 중심가는 모든 것이 얕으막하게, 하지만 하루로도 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넓은 규모의 자금성이 위용을 자랑하고 서 있으며, 자금성의 4면을 휘둘러 형성된 후통은 황제앞에 고개를 숙인 백성들의 형상처럼 더 나즈막하게 자리잡고 있다.


중국 가옥의 특징인 검정색 기왓장은 촘촘하게 지붕위에 얹어져있고, 높은 곳에서 후통을 바라보자면 집과 집 사이의 공간은 보이지 않고, 검정색 기와를 올린 지붕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그 지붕밑으로 중국 서민들의 삶은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후통을 둘러보면서 한 가지 보여지는 특징은 초소형차들을 간간히 볼 수 있는게 아니라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 북경의 교통에 대해서 알아보니 인력거와 같은 삼륜차 등도, 북경에서 하나의 교통수단인데 내가 베이징에서 목격한 삼륜차들은 어엿한 자동차와 같은 외관으로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 삼륜차는 어엿한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그 시장은 이미 커다란 제조산업의 하나로 비춰지고 있었다. 중국은 거대한 인구를 가진 나라로 내수산업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삼륜차도 어엿한 자동차의 모습을 갖춰지게 만든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베이징 이후에 다녀본 도시에서는, 베이징과 같은 규모의 삼륜차를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넓게 형성되어있지만 많은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후통을 생각하면, 삼륜차는 이 곳에 아주 적절하게 발전된 하나의 교통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통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삼륜차와 초소형자동차는 다양한 칼라와 디자인으로 식상한 모습도 아니여서, 삼륜차는 후통에서 마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후통의 매력


후통을 걷다보면 골목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금동색의 철제로 만들어진 지도를 볼 수 있다. 이 지도에서 지금 내가 후통의 어디쯤을 걷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다음에는 후통의 어떤 골목을 걸어야할지도 생각할 수도 있다.


아래 사진의 지도에서 보면 밝은 하늘색으로 칠해진 곳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내가 걷고 있는 거리는 후통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로써 후통이 얼마나 큰 공간인가를 미뤄짐작하게 해준다. 자금성를 모두 둘러보기에는 하루가 부족하다고 그 누군가가 얘기했던가? 후통을 모두 둘러보는데에도 하루는 역부족이다. 여행자의 입장으로 알뜰한 마음으로 그 골목을 누빈다로 해도 하루는 부족한 시간이 되어버린다.



베이징에 있었던 5일동안, 반 이상을 후통을 다녀갔었다. 그만큼 내게 있어서 후통은 매력적인 곳이였다. 후통에는 아기자기한 상점과 예쁜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couchsurfing을 통해서 알게 된 중국인 친구가 전문前门 근처에 있는 아기자기한 한 카페로 안내했다.


이 카페의 루프탑과 바로 맞대어져있는 지붕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한 핫플레이스인 듯 보였다. 이 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한국인들도 간간히 볼 수 있어서,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꽤 알려진 곳처럼 보였고, 베이징을 여행하는 혹은 후통을 여행하는 동안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소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던 후통의 검은색 기왓지붕이 얽히고 설켜있는 모습.



카페안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카페직원이 알려준대로 찾아간 화장실에는 문이 없다. 아니, 문과 칸막이가 전혀 없었다. 15여년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경험했던 문없는 화장실이 21세기 중국의 수도 후통에서도 여전히 볼 수 있다는 것에 조금은 당황을 했었다. 문없는 화장실의 경험이 중국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이였다면 이해할만한 것이였지만, 베이징에서 여전히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로 남아있다는 것이 어떻게 이해해야할지는 사실 내게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15여년전과 마찬가지로 화장실이 급했던 나로서는, 아주 오랜만에 다시 경험을 해볼 수 밖에 없었고 그나마 다행이였던 건, 후통의 화장실은 문과 칸막이만 없을 뿐이니지 아주 깨끗했고, 또 그나마 다행이였던 건 나 이외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 만난 중국인 여행자에게 질문을 했다. 왜 중국은 문과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이 생겨나게 되었느냐고? 정말 궁금하다고 질문을 했더니,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수용할만한, 경제적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이야.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없어.

아주 심플한 답변을 내놓았다. 문과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이 생겨난 연유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니...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토를 달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모든 물건과 물체가 생겨난 것은 그 존재의 이유는 실용성이 우선시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아주 오랜만에 경험한 그 짧은 순간은, 이번 여행에서의 모든 경험은 무엇을 마주하더라도 기꺼히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바탕이 되었다. 그렇게 마주한 순간들은 사회생활이 만들어준 나의 예민한 모습들을 둥글게 둥들게 만들어주는 긍정적 힘이 되리가 생각하기 때문이였다.



후통에서 만날 수 있는 중국인들의 일상의 모습들, 그리고 내가 직접 경험한 여전히 옛 모습을 갖추고 있는 화장실, 한국의 여느 카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세련된 모습의 아지자기한 카페들, 후통 거리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화재들.


이런 모습들이 숨을 쉬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후통은, 혹시나 다음에 언제라도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인간의 매력으로 시간의 살결의 흐름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니까.



http://instagram.com/jihe.seoul

https://www.youtube.com/channel/UCjCGxQA14F7HfZvCDQaAi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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