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경했던 삶중의 하나는 세계의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경험들을 해보는 것이였다. 간단히 얘기하면 배낭여행객이 되어보는 것. 제 2의 한비야가 될 생각은 없으나, 한때는 그녀의 책에 매료된 적이 있었고, 꿈은 꾸고 있으나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은 마음 한 구석에 계속해서 자리잡아 문득문득 나를 건드리고 있었다.
지금과 앞으로의 삶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채워보자는 생각이 강해지고 난 이후에, 하나의 질문이 끈질기게 던져졌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해야만했다. 내가 내게 던지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고민을 했고 그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해야만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질 것 같았다. 그 질문은 바로 '나중에 시간이 흘러, 지금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결정들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나의 20대를 돌아봤을 때, 혹은 비교적 가까운 시일인 30대 초중반을 돌아봤을 때, 좀 더 과감한 실행들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후회가 된다. 세계배낭여행의 꿈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으나, 학생이여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좀 더 안정된 노후를 위해서는 직장생활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유로, 배낭을 매고 세계여행을 한다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이고 동경일 뿐이지, 나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하나의 삶의 형태로만 생각했다. 학생이여서 돈이 없다면, 비교적 시간이 넉넉했을 테니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여행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들을 실행해 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의지도 없었고 그리고 자신감도 많이 부족했다.
'내가 한다고 될까?'라는 생각은 내 행동과 사고를 제약할 수 밖에 없었고, 계속해서 다른 무엇을 꿈꾸면서도 제한된 사고와 행동의 상태는 꽤 오래 지속이 되었던 것 같다.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조금은 넉넉해진 주머니사정으로 평소에는 머뭇거렸던 먹을거리과 제품들을 조금은 손쉽게 구매를 했고, 자금으로 인하여 결정할 수 있는 행동반경들의 범위가 넓어지니 뭔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 의지와 자신감도 회사생활을 하고 얻어지는 자금(돈)의 바탕위에서 커나갔던 것이라, 자신의 생활을 견교하게 다져나가는 이들과 가끔씩 마주할 때면 그 의지와 자신감은 모래위의 성처럼 쉽게 허물어지고 말았다.
쉽게 허물어지고 마는 연약한 자신감과 견고하지 못한 자존감으로 많이 괴롭기도 했었다. 예전을 돌아봤을 때, 후회되는 일들의 연장선상에는 결국은 나의 자신감, 의지, 자존감 등과 연관이 있었다. 지금도 미래에 대한 불안함,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 등으로 어두운 밤에 눈을 꿈뻑될 때도 있지만, 후회하지 않을 삶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욕망하는 것들을 행동해보는 것. 그래서 그것이 과연 정말 진정한 나의 자아가 원하는 것이였는지, 아니면 가보지 못한 삶에 대한 동경인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해보지 않고 머리와 가슴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평생을 동경만 하는 삶을 남겨두고 싶지는 않다. 해봐야 내가 잘하는 것인지, 좋아하는 것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동경과 환상의 세계와 현실을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의 한 대목이 내가 원하는 바를 적절하게 잘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였다."
해봐야 내가 잘하는 것인지, 좋아하는 것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동경과 환상의 세계와 현실을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고로 나는 기록한다.
구매를 완료한 베이징행 비행기표는 한달의 예정으로 여행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더 빨리 돌아오게 될지 조금 더 머무르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돌아오는 날짜를 정하지 않고 어딘가로 여행을 가는 것은 처음이다. 아마도 정해진 날짜로 반드시 회귀해야하는 휴가를 떠나는 것이 아니니까.
동경과 환상의 세계와 현실의 접점에 나는 서 있다. 그것들의 차이의 인식을 몸소 체험해보고 머리속에만 있는 그 둘의 인식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가늠하려고 한다. 고로 나는 기록한다. 이번 내 여행이 끝날 때까지.
라라랜드 OST중 대부분의 많은 노래들을 좋아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Audition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행동할 수 있게 힘을 보태주는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She told me
"A bit of madness is key to give us new colors to 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