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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Oct 15. 2019

기록을 시작하다

50일 중국여행의 기록


대륙의 객잔 ep1 : 프롤로그 D-30

기록을 시작하다



중국 상하이의 대표적인 명소, '동방명주'를 볼 수 있는 와이탄 ©오백일의 썸머




기록의 시작


아무것도 준비된 것은 없다. 다만 지금 내게는 한달 정도 후에 끝이 날 회사생활과 그리고 베이징으로 날아갈 비행기표. 결정된 것은 딱 이 두가지 뿐이다. 결정된 것이 있으니, 이 계획에 필요하여 수반될 것들은 이제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한다. 중국입국에 꼭 필요한 비자, 환전, 여행루트, 숙박 그리고 기타 등등으로 고려해야할 것들.  


사실 이렇게 빨리 내게 여행의 기회가 다가올지 몰랐다. 정확히 얘기하면 여행의 기회가 내게 다가온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현재 욕망하는 것에 대해 실천을 해보기로 한 것 뿐이다. 올해 7월부터 다시 시작한 회사생활은 적어도 2~3년은 하리라는 다짐과 함께였고, 다시 시작하는 회사생활이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는 아니였지만, 진짜로 원하는 것을 위한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생활로 인해서 하고 싶은 것의 시간할애에는 많은 제약을 받기는 하겠지만, 넉넉해지는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서, 머릿속에서 구상되어 지는 것들을 자금을 들여 그렇게 큰 부담없이 만들어 볼 수 있는 점은 장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되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말과, 아직 기생충은 보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너는 계획이 있구나?"라는 송강호의 명대사가 지금의 내 상황을 극명하게 대변해주는 것 같다.


인생에 있어 계획이라... 인생은 계획대로 되어지는게 아니라, 나의 실천의 힘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그 실천의 힘이라는 것은 내가 결정한 바에 대한 상황을 인정하고 끈기있게 해나가는 힘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 힘이 없다면, 많은 현실적 조건에 휘둘려 마음이 약해지고 처음에 원대하게 시작한 발걸음이 제자리에 머물게 될테니.


물론 '했다'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터. 이렇게 나는 그 '시작'이란 것을 한 셈이 되었고, 그 시작의 계기가 되었던 건 아마 10여년 넘게 꾸준하고 성실하게 해온 회사생활을 마무리하고 2018년 훌쩍 중국 상하이로 가겠다는 결심을 한 시점으로부터가 아닐까 한다. 그때부터 인생은 미래를 위한 적금과 같은 일상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신념으로부터 만들어나가야 하고,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당장 하지 못하고 미뤄야 한다는 현실이 싫어졌고,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에 동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남들이 정해준 삶을 살아야하는 것에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돈이 정말 중요하지만, 돈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전부일까라는 생각에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을 했다.


돈을 위해 살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든다는 것은, 하고 있는 사회생활에서 만족하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될테다. 그래서 만족하지 못하는 사회생활은 잠시 그만두기로 하고, 쉼표위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모르는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주체적으로 선택한 결정에 의해서, 살아보는 것.

 

이것이 앞으로와 지금의 내 인생을 대하는 태도의 결론이다. 물론 앞으로 무수히하게 될 새로운 경험들이 점점 쌓이면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신념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진행이 되겠지만 말이다.          

                                     

내 인생은 미래를 위한 적금과 같은 일상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신념으로부터 만들어나가야 하고,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
이것이 앞으로와 지금의 내 인생을 대하는 태도의 결론이다.                                                




추구의 플롯을 위하여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에서 인상적인 대목중의 하나는 "추구의 플롯"과 "주위상(珠爲上)"의 언급이였다. 그는 여행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로널드 B.토바이스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에서 '추구의 플롯'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 중 몇 마디를 발췌해보자면,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추구의 플롯이란 표면적으로는 의식하고 생각하는 목적을 위해서 그 행위(여행)을 하지만, 사실은 나조차도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때문에 그 행위(여행)를 하고, 그리고 표면적으로 의식한 목적의 달성은 하지 못했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한 내면의 욕망에 대한 깨달음이 얻어지는 것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나 역시, 이러한 '추구의 플롯'의 프로그램에 의해 이번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남들에 의해 정해진 길을 더 이상은 치열한 고민없이 가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시작된 여행이였지만, 실은 내면으로는 사회적 의무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예상치 못한 회사퇴직으로 인해 얻게 된 넉넉한 시간덕에 짧게 예정한 중국여행을 더 길게 두어 많은 경험들을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해보자라는 마음이였지만, 내가 깨닫지 못한 내면의 욕망이 나를 이번 선택으로 이끌었을 수 있다. 그 내면의 강력한 바람과 욕망의 실체는 무엇인지는 지금은 설명할 길이 없다. 내가 나의 무의식까지 알 길은 없을테니까.


'주위상'은 중국 고대 병법서 "삼십육계"의 하나로,


"주위상走爲上은 불리할 때는 달아나 후일을 도모하라. 그러나 나는 언제나 고대의 지혜에 끌린다. 인생의 난제들이 포위하고 위협할 때면 언제나 달아났다. 이제 우리는 칼과 창을 든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적, 나의 의지와 기력을 소모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대결한다. 때로는 내가 강하고, 때로는 적이 강하다. 적의 세력이 나를 압도할 때는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럴때는 삼십육계의 마지막 계책을 써야한다."


예상치 못한 이른 실직과 그리고 회사생활에서는 만족되어지는 경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지각이 되면서 지금의 시간들이 지옥같이 느껴지고, 반드시 이 상황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은 있으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 역시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 '삼십육계' 중 하나의 계책인 '주위상'을 써보기로 한다. 지금 나의 상황이 불리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내릴 수 없으나, 달아나 후일을 도모해본다. 이 것 역시 고대의 병법중의 하나이니, 내가 전혀 엉뚱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어디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 '삼십육계' 중 하나의 계책인 '주위상'을 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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