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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Oct 31. 2019

번외편 : 내가 사랑한 상하이

2018년 중국 상하이 어학연수


대륙의 객잔 (번외편) ep6

내가 사랑한 상하이



상하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동방명주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


시간이 여유롭다, 그리고 살이 비교적 많이 쪘다. 이러한 큰 두 가지 이유는, 작년 1년 상하이에 있는 동안, 많이 걸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더 이상 직장인이 아니고, 하루 오전의 시간만 자유롭게 쓰지 못할 뿐, 나머지는 내가 마음먹은대로,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학생의 신분이였기 때문에, 회사다닐 때와 비교해서는 그 시간들은 정말이지 축복같은 시간으로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하이에 일년을 있는 동안 4~5kg 정도의 살이 쪘었는데, 어떤 음식이든지 중국음식에는 기름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을 항상 섭취해야 했으며, 상하이에 또 언제 오겠느냐 싶어서 먹고 싶은 음식은 '참을성'이란 것은 잠시 접어두고, 한국에 가면 쉽게 먹지 못할 음식들을 탐닉했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챙겨간 옷들이 빡빡해지는 우울한 결과가 생겨버렸지만, 그 당시 잠시나마 음식에 탐닉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한 것에 위안을 삼기로 한다.


서울을 한 두 시간동안 걷는다고 생각해보면, 우리네의 지형상 구불구불하고 언덕도 많고 골목도 많아서, 솔직히 긴 거리는 걷기가 힘들어서 공공의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상하이는 걷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큰 장애물없이 내가 가고 싶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만큼 거리도 넓고, 번지 체계도 잘 되어 있고, 거기다가 지형이 평지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걸을 수 있어서, 걷는 것의 즐거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앞에서 얘기한 그러한 두 가지의 이유와 더불어, 걷기에 이로운 지형적 특성은 작년 일년을 상하이에 있었던 동안 하루에 한 두시간의 거리는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꼬박 걸어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


걸어야만 마주칠 수 있는 것들


나름 짧지않은 시간을 상하이에서 보내서, 많은 곳을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상하이를 걸어다니면서 느낀 건,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였다는 것이다. 늘 지나던 거리였는데, '이런 곳이 있었나?'라고 생각이 들만큼 곳곳에 보석과 같은 장소들이 늘 숨어있었으니, 상하이를 걷는 것은 보물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설레임과 즐거움을 내게 안겨주었었다. 오늘은 어떤 곳을 발견하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거리를 걷다보면, 늘 하나씩 가고 싶은 장소가 생겼고, 그렇게 걸으면서 매일 하나씩 보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상하이에 대한 애착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


사실 내게 있어 보물이라고 한다면, 늘 혹은 자주 지나던 거리에서 예상치 못했던 풍경을 만났다거나 혹은 꼭 오고 싶을만큼의 비주얼을 가진 음식점의 외관을 보았다거나, 아니면 비오는 날 이 곳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하면 좋을 듯 싶다거나 등의, 전적으로 내 개인적 취향의 감성들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스타일의 옷을 팔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주는 "한국풍"이라는 이름을 가진 옷가게,  걸어야만 마주칠 수 있는 모습들이다.


한국의 친구들이나 상하이를 낯설어하는 이들에게 가이드를 잘 할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이 곳을 제법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상하이를 걷다보면 그 자신감은 줄어들만큼, 이 곳은 양파같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까도까도 그 속이 도대체 무엇이지 알 수 없는 양파처럼 말이다. 서울이 천만 인구의 도시라면, 상하이는 이천오백만의 도시이니, 그 많은 인구를 감당할 정도의 도시의 크기는 짐작하지도 못할 것 같다. 사실 서울에 살게 된지도 아주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낯선 서울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보지 못한 곳도 많은데, 일년도 되지 않은 시간속에 상하이를 다 보았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될 수도 있겠다.


시간에 비교적 구애받지 않고 넉넉한 상하이의 여행자라면, 한 두개 정도의 로드(Road)를 정해서 그 거리를 여유있게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상하이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통과 모던의 경계


상하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근대 유럽식 건물


중국여행을 처음 했었던 때는, 대학교 2~3학년 때였었다. 그 당시 친한 친구중에 한 명이 중국천진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는데, 그 것을 계기로 천진, 북경, 서안, 낙양 등의 도시를 둘러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아주 오래전 일이라 그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의 의식이 성장한 이후에 방문한 상하이는 한 공간안에서 모던하기도 하면서, 옛것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어서 내게는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이러한 이유는 중국 어학연수를 상하이에서 해야겠다는 결심까지 이어졌다.


상하이는 한 때, 동양의 진주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는데, 그 별칭은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 적 시선에서 바라보는 상하이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상하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동방명주가 위치한 와이탄을 방문하게 되면, 내가 있는 곳이 유럽으로 느껴질 만큼, 유럽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양식을 가진 건물들이 와이탄의 한 쪽을 장식한 것처럼 아주 멋지게 늘어서 있다. 이렇게 아시아 국가에서 유럽식 건물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서양인들이 오래 전의 상하이에 그들만의 생활권을 크게 만들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동양의 진주"라는 상하이의 별칭은, 상하이를 둘러본다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하이는 중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베이징과 더불어 대도시 중의 한 곳으로, 중국의 경제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명품매장들을 보며 짐작할 수 있다. 발길만 돌리면 여기 저기서 명품매장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중국 소비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해주며 이 곳 상하이가 '모던'의 이름으로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도 짐작해볼 수 있다.


한국도 돈만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지만, 중국 역시 돈만 있으면 정말 살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이니 말이다. 내가 상하이에 머물은 동안, 중국에 대한 좋지 못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들도, 예상하지 못한 세련됨과 모던함에 어느 정도는 편견을 깨고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갔었다. 빈부격차와 같은 풀지못한 사회적 숙제가 있지만, 상하이에서는 그 옛날 우리가 가지고 있던 중국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장소로서는 충분한 것 같다.


그와 더불어, 중국의 옛 것의 모습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국제도시, 상하이


상하이의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상하이역사박물관


"동양의 진주" 상하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 각지로부터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해서, 세계적인 국제도시라고 하지않으면 안될 만큼 그 면모를 갖추고 있다. 내 가까이에서부터 말하자면, 어학연수를 하던 같은 반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라들을 제외하면 내가 어디를 가면 '조지아' 나라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며, 또 어디를 가면 '아프카니스탄, '코타키나발루' 등에서 온 나라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생소하지는 않아도, 쉽게 마주칠 수 없는 나라 사람들을 상하이에서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아랍권, 아프리카권 나라들의 유학생들을 비교적 중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텔레비젼을 켜면, 혹은 라디오와 같은 미디어 매체에서는 '일대일로'라는 단어는 절대 빠지지 않고 들을 수 있는데,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에 가지는 열의는 감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일대일로 정책을 펼치는 나라의 학생들을, 중국에서는 국비장학생의 명목으로, 중국을 체험하고 중국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면서 중국의 긍정적인 면들을 심어주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독일식 크리스마스 마켓


국가적인 정책과 더불어, 세계에서 경제가 제일 빠르고 무섭게 성장하는 곳의 돈의 규모로 인해서도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가 되니, 자연히 같은 생활권의 사람들을 위한 문화권역이 생기게 될 수 밖에 없는데 다양한 음식점, 술집 등을 보면서, 얼마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 곳에서 살고 있나를 짐작하게 해준다. 하루는 폴란드 음식점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유럽은 파리와 체코 밖에는 다녀오지 못한 나로서, 폴란드의 음식은 과연 어떠한가 궁금해서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는 폴란드 음식을 맛볼 수 있나 검색을 했는데, 내가 잘 찾지 못한거였는지 결국은 검색에 실패하고 말았었다. 그리고 겨울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주 큰 규모의 독일식 크리스마켓이 열리는데, 이곳에서 독일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과 문화들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할 수 있는데, 그와 동시에 상하이에 얼마나 많은 독일 사람들이 사는거야? 질문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도 국제도시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상하이는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국제도시다움을 느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상하이는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와는 다른 점이 있는 생소함으로 나를 설레게 했고, 중국에 위치한 도시지만 다양한 문화가 한 곳에 어떻게 어우러지는 가를 볼 수 있는, 전혀 중국적이지 않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내가 상하이를 사랑하는 이유인 것이다.



http://instagram.com/jihe.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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