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중국 상하이 어학연수
사실 중국에서 지내는 기간을 일년을 계획하고 떠난건 아니였다. 오랜동안의 회사생활과 팍팍하게 느껴졌던 서울생활에서 잠시 벗어나서, 전혀 다른 새로운 곳에 가서 아무 생각없이 머릿속을 비우고 싶어서 택한 중국행.
중국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그 당시에 일년동안 꾸준히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던 탓인데, 세계 속의 신흥 경제대국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거창한 이유는 전혀 아니였다. 그때 내가 마침 배우고 있었던 중국어가 있었기 때문에 결심 가능했던 중국행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중국으로 가겠다고 결심은 막상 했지만, 그렇다고 중국에 가서 마냥 놀고싶은 생각은 없었고, 그래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나에게 실용적으로 남을만한 것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상하이에 위치한 대학교 부속 어학당 1학기만 신청하고 떠났었다.
처음 중국으로 떠나겠다는 나의 의도는 머리도 식히고, 새로운 세상도 한번 경험하고의 생각이 컸었는데, 경쟁사회속에서 오롯이 나의 일생을 보낸 덕분에 뭔가 하나는 얻어오는게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건, 피할 수 없었던 당연한 결론이였던가...(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시작한 중국생활 즈음에는 대학교 다닐 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학생이였기 때문에,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욕도 생겼고, 오전 수업만 마치면 오후 시간은 내가 마음대로 계획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낯선 땅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도 의의를 제기할 수 없었으므로, 내가 선택한 새로운 땅에서의 경험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수업 역시 아침 8시반부터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수업이 끝난 후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비교적 넉넉했으므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남은 시간을 적절하게 잘 이용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컸었다.
한 학기 동안, 공부도 열심히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던 경험을 했지만 상하이에서 4개월 정도의 생활이 뭔가 아쉽게만 느껴졌고, 이제 제법 상하이 생활이 익숙해질만 하고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졌는데,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커졌다.
계획된 것보다 반년 더 이 곳에서 보낸다고 해서, 내 인생을 놓고봤을 때,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고, 한 학기 배운 중국어 실력은 좋다고 할 수 없었지만 중국어 공부에 대한 재미도 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계획보다 한 학기 더 연장하여, 중국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 결정에는 지금도 후회는 없다.
후회없이 상하이를 둘러봤고(그렇다고 다 둘러본 건 아니다, 워낙에 양파같은 도시이기 때문에), 후회없이 공부도 했고, 아직도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는 친한 중국 친구 혹은 외국친구도 만들었으니 이만하면 돈주고도 하지 못할 경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학당을 등록하고 중국에 왔지만, 공부에 치중하기 보다는 머리도 식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그래서 새로운 곳을 경험한다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에, 상하이에 도착하면 무엇을 해볼까 혹은 어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셔야 하나, 혹은 어느 곳을 둘러봐야 할까의 생각에 마음이 많이 들떴고, 상하이에 도착해서는 거의 한 달동안은 수업을 마친 후에, 숙제만 끝내놓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러 다니고, 궁금했었던 장소에 가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서, 하루에 4시간 정도하는 수업은 복습과 예습을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음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리고 시험은 왜 그렇게 많이 보는 것인지, 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또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생기니 한 달이 지난 후부터는 주중에는 무조건 중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주말에만 친구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낸다던지 혹은 가고 싶었던 곳을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쉽지 않은 결정을 해서 온 중국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면 한국에 돌아가서 분명히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마음이 조바심이 들었고,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이 들리지 않거나 무슨 뜻인지 모를때는 짜증부터 나기 시작했다. 중국에 오기전에는 공부보다는 여유있는 생활을 하는 것이였는데,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수업이 끝나면 무조건 5~6시간씩 꼼짝않고 의자에 앉아서 엉덩이가 지끈거릴 정도로 공부를 했었다.
교재의 내용은 책을 보지않고 익숙하게 들릴 때까지 혹은 내 입속에서 자연스럽게 중얼거릴 때까지 반복에 반복을 더한 공부를 했었고, 특히 중국어는 성조가 중요해서 성조를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뜻이 되기 때문에, 발음연습도 소홀히하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중국에서 공부했던 것처럼 해볼라 시도하면 1~2시간을 집중하기 힘든데, 그때 당시에는 5~6시간은 공부하다보면 너무 쏜살같이 흘러갔고, 계획한 내용을 숙지하거나 계획된 곳까지 공부가 끝나야만 마음이 안심이 되어 기숙사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집중해서 후회없도록 공부했는데, 아직까지 HKS 시험을 보지 못한 것이 아직 내 마음속의 숙제로 남아있다. 물론 이 숙제를 난 언젠가는 완료할 것임을 알고 있지만...
문법과 듣기, 발음공부와 더불어 작문도 외국어 공부하는데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예습과 복습을 하면서 문법/듣기/발음 공부는 혼자서 할 수 있었지만, 작문은 누군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만 했다. 그래서 중국생활에서 느낀 점이나, 아니면 주제를 정해서 일주일에 적게는 2번, 많게는 4번 정도 일기를 써서 담당 담임선생님께 제출해서 틀린 부분을 수정받는 연습을 일년했다.
공부를 하면서 느낀 건, 중국어의 표현이 우리나라의 표현과 닮은 점도 상당히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중국글자로 표현하려고 무던히 애썼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생님께 너무 한국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그래서 선생님한테는 내가 쓴 표현들이 많이 많이 어색했을거다.
선생님도 종종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사용하는 표현들이 내가 일기에 쓰고 있는 것과 많이 닮아있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사실 이 부분을 뛰어넘으려면 많이 읽고, 많이 듣고, 많이 봐야하는데, 한국에서 초급 중국어 일년 공부한 것을 제외하면, 수업일 수 8개월 정도에서 이룰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여서 갈 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한 숨도 나고, 외국어 공부에 대한 성취감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지만, 외국어 공부라는 것이 아득하게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래서 일년 공부한 내 중국어 실력을 얘기하자면,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왠만한 중국인 친구들의 대화는 70~80%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는데, 물론 일대일 대화의 상황이여만 했고,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말하기 실력이 미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한 역효과를 잠깐 언급하고 싶은데, 한국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지양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많이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중국인 친구들이 아닌 이상에는 영어를 써서 대화를 해야하는 경우도 상당했는데, 내 머리속에는 중국어와 영어의 오류가 생겨서 굉장히 쉬운 단어 혹은 문장을 말해야하는 경우에도 자꾸만 중국어가 먼저 튀어나와서, 결국에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고 있을 때 센스있는 친구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미리 짐작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웃지 못할 상황도 종종 만나기도 했다.
http://instagram.com/jihe.seoul
https://www.youtube.com/channel/UCjCGxQA14F7HfZvCDQaAiW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