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글쓰기에 대해 글쓰기

by 깐나

0. 글쓰기에 대해 글쓰기


공부하기가 싫을 땐 다른 그 어떤 행동도 다 할만하게 느껴진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초등학생 때조차 글쓰기 상을 타본 적 없는, 상 근처에도 근접해 본 적 없는 내가 이렇게 글 쓰는 것도 그 일환이지 않을까. 일기 쓰기 뿐만 아니라 글짓기 숙제는 언제나 나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으며 할 말이 없어서 3시간 정도 쥐어짜서(이 단어를 대체할만한 적합한 단어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될 정도로) 겨우 “세종대왕의 위대함”에 대해서 똑같은 말을 3번 이상씩 반복하며 글을 쓰다 보면 그 어린 나이에도 상당한 현타가 왔었는데, 흥미 없는 분야에는 입 꾹닫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굉장히 말이 많은 사람이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는 할 말이 끝도 없이 많기에 그걸 글로 적어보면 어떨까? 하고 느껴왔다.

그래서 그 배설구 중 하나가 트위터라고 생각해서 20살 초반에 한 10개 정도 썼다가 어느 순간 해킹을 당했는지, 남들도 내가 쓴 단 2줄로 제법 ‘피식’이라도 웃도록 쓸 자신이 없어졌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20대 초반 특유의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쓰는 것을 잊어버렸는지 어쨌는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한 4년 전에 같은 부서에 있었던 친구가 에세이 책을 출판했다고 가볍게 소식을 전해왔다. 입사하기 전에 썼던 글이라고 하는데, 물론 그 책을 그 친구가 다 쓴 게 아니라 책 내용 중 1편만 자신의 글이 기고되었다고 하는데 알 수 없는 질투심이 스멀스멀 올라왔었다. 나보다 1살 어리고, 성별도 다르고, 4년은 후배이며, 나는 심지어 그 소식을 듣던 그날까지 책을 쓸 생각조자 안 하고 있었는데도 그 친구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는 게 스스로 참 웃기고 황당했다. 그렇다면 4년이 지난 사건이지만 생각난 김에 지금이라도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떨까? 책 쓰기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 평소에 말을 참 재밌게 하고 스토리를 잘 풀어낸다고 정평이 나 있던 나니까 뭐 못해도 몇 명 정도는 잠깐 읽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부터 몇 마디를 적어볼까 한다.


그렇다면 소설책? 플롯 짜고 끝맺음할 자신이 없다. 동화책? 나 같은 사람이 동화책을 쓰면 차마 애들에게 읽힐 수는 없을 것 같다. 시사 문화 관련? 지식이 전무하다. 에세이? 지금 딱 내 취지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결정! 그렇다면 에세이란 무얼까? 매번 누구를 죽이고, 대단한 트릭을 만들어내서 밀실살인을 해서 그걸 추리해 나가는 류의 책만 읽어왔고, 에세이는 중학생 때 이후로 읽어본 적도 없어서 요즘 유행하는 그런 “죽기 전에 떡볶이 어쩌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하는 류의 책들은 어떤 식으로 쓰여있는지를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스타일대로 글을 써보면 그게 또 새로운 작풍이 되지 않을까. 담임선생님이 코멘트를 달아주길 바라며 두근대는 감정으로 쓰던 일기처럼 편하게 써볼까 한다.


지금 한번 쓰고 난 윗부분을 읽어봤는데 호흡이 너무 길어서 읽다가 숨이 끊어질 것 같다. 쉽게 읽힐 수 있게 쓸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 봐야겠다! 떡볶이 어쩌고를 읽어봐야겠다. 읽다가 엽떡이나 안 땡기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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